알지 못하느냐

[ 가정예배 ] 2020년 3월 27일 드리는 가정예배

이덕만 목사
2020년 03월 27일(금) 00:10
이덕만 목사
▶본문 : 요한복음 19장 10절

▶찬송 : 369장



작년 성지순례 때 일이다. 순례 마지막 기간에 오전에는 예루살렘 주변을 돌아보고 낮 시간을 이용해 십자가의 길을 체험했다. 그 체험이 시작되는 장소인 선고교회에 들어가 잠시 묵상하고 있는데 그때 오늘 본문 말씀이 떠올랐다. 오늘 본문을 보면 빌라도의 최후의 심문 속에 예수님께 자기 자신의 권력을 뽐내던 빌라도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재판정에 끌려나오게 되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총독 앞에 간곡하게 부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그날은 유월절을 맞이하며 한사람의 죄수 정도쯤은 총독의 재량 하에 석방할 수 있는 날이었기에 죄수 입장에서는 풀려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예수님께 빌라도 총독은 왜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는지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며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빌라도 총독은 죽음 앞에 놓여있는 예수라는 죄수가 불쌍했을 것이다. 세상의 관점에서 빌라도 총독은 로마정부가 유대지역을 행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하여 파송한 대표 행정관이기 때문에 그의 눈에는 예수님은 그냥 하찮은 한 죄수 일 뿐이었다. 그것이 사실이긴 했지만 그것은 잠시 후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좁은 눈으로 보았을 때의 사실일 뿐이다. 나는 목회하는 가운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가족을 잃은 성도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성도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우리는 다 알 수 없는 시간을 향하여 나아가는 빌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예수님은 33세에 그 무한한 나이에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며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하셨을 때에는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30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신앙은 당시 최고의 제국인 로마제국을 좌지우지하는 신앙이 되었다. 보잘것없는 한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씨앗이 되어 당시 최강국인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것이다.

그날 예수님께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10절)"고 외쳤던 빌라도는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총독 직책을 감당하지 못하고 로마로 호송되어 로마에서 자신의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하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오늘 말씀을 통하여 우리는 빌라도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지, 예수님께서 바라보시던 영원히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시던 눈으로 세상을 살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미 예수님은 재판정에 서시기 전에 세상을 이기셨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16:33)" 지금 어떤 환난 중에 있을지라도 담대하게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오늘의기도

자신이 큰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연약한 자를 무시하는 자들이 있다면 새로운 눈이 열려 빌라도와 같은 인생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이덕만 목사/행신임마누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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