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의 사명

[ 독자시 ]

마문철 목사
2020년 03월 09일(월) 14:06
로뎀나무의 사명

시 마문철



광야 바위틈에 로뎀 나무

세찬 바람과 낮의 더위와 밤에 추위를 견디며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자라서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훌륭한 목재가 아니니 찾는 이도 없고

관상목이 아니니 보러 온 자도 없고

꽃이 아니니 벌과 나비도 찾지 않았다.



어느 날 텁수룩한 수염을 가진 나그네가

힘들고 지쳐 죽은 자의 모습을 하고

찾아와서 로뎀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쉼을 얻었다.



잠시 후 천사도 찾아와서 잠든 엘리야를 깨워

음식을 주면서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격려를 받은 엘리야는 다시 일어나서 길을 갔다.



로뎀 나무는 이 나그네를 보며

힘겹게 살아온 삶의 보람을, 긴 세월 인내한 상급을,

타는 목마름과 살을 애는 추위를 견딘 기쁨을 얻었다.



제발 멈춰 달라고 부탁했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던

무자비한 바람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로뎀 나무는 더위로 평생 자신을 힘들게 한

뜨거운 태양을 보며 말했다.



"내 삶의 고통과 아픔이 거울이 되어

누군가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작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저 긴 세월 고난만 있었던

내 삶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었다."



마문철 목사/친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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