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하신 주님의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장신대 교수회,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교회를 향해 위로와 권면의 서신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회
2020년 03월 02일(월) 19:16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임성빈) 교수회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교회를 향한 권면을 담은 서신을 지난 2월 27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신학적인 입장에서 제시했으며, 총회가 권고하고 있는 주일예배를 가정에서 드리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많은 교회들이 혼란이 없도록 정리해 발표했다.


다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고통을 겪는 교회를 향한 위로와 권면의 서신> 전문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증 사태가 우리를 위협하지만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 모두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기를 기도합니다 빌( 4:7).

코로나19 감염질환 사태가 2020년 2월 26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확진환자 1261명, 사망자 12명, 전 세계 확진환자 79,807명, 사망자 2,746명에 달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대유행의 조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창조세계 안에 있는 인간의 연약함을 깨닫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세계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이기심, 부족함과 죄악이 만든 수많은 폐해를 참회하며, 주님이 허락하신 자연과 환경을 보존하고 건강하게 계승하는 일에 전심을 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고 말씀하신 주님의 마음으로, 고통 중에 있는 자들을 위로하고 간절히 기도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독 공동체는 인간의 연약한 한계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에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인간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기독교인들이 공동체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생존을 위한 생활의 토대에 헌신할 때 하나님의 사랑과 돌봄이 드러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기독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절망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망의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빌4:1).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대적 약자들과 질병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 기도하고 돌보는 일에 용기를 내야 합니다. 고통 가운데 있는 환우들과 이를 돌보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도와 감염증 퇴치와 예방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것은 예배의 정신과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이며, 복음을 구현하는 일이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배는 어떻게 드려야 할까요?

다중밀집 공간에서 짧은 시간 급속히 확산되는 특성 때문에 많은 교회가 각종 모임을 비롯하여 주일예배까지도 제대로 드릴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주님이 세우신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되, 한 장소에 모이지 못할지라도 각자 처한 형편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할(요4:24)"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마다 회당을 찾으셨습니다(마12:9; 막1:21; 3:1; 6:2; 눅4:16; 6:6; 13:10 등). 하나님과 늘 함께하셨던 임마누엘 예수님이셨지만(마1:23), 임의로 예배하지 않으셨고 회당을 찾아 함께 예배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장소에 지나치게 방점을 두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장소가 아닌(요4:20-21)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요4:23-24). 그러므로 예배의 본질은 "영과 진리로 드리는 것"이며, 구별된 장소와 신앙 공동체를 찾는 것은 주님을 본받는 거룩한 행위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2세기 이후 교회는 안식일이 아니라 주일을 지키는 전통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이든 주일이든 "하나님께 예배하는 날"이라는 정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감염질환 사태라는 현(現) 시국의 엄중함을 생각할 때, 우리는 무엇이 교회 공동체와 이웃을 위한 예배의 자세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에 선을 행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옳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막3:4; 눅6:9). 병을 고치고 생명을 살리는 행위는 안식일의 거룩성(聖守)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마12:10). 그래서 예수님처럼 주일에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주일성수입니다. 문자적이고 형식적인 규정에 치우쳐 생명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이는 바리새인의 자세와 다를 바 없습니다(마12:14).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은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히10:25), 생명을 살리고 치유하기 위해 교회와 성도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국가적, 사회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주일예배의 방식과 형태를 각 시대의 교회 문화와 통념에 맞게 임시적으로 취해왔습니다. 종교개혁자인 칼뱅은 교회가 비록 지역적으로, 또 개별적으로 흩어져 존재하지만, 그들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성령 안에서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에 비춰볼 때 시사점이 크다하겠습니다. 각자 흩어져 드리는 예배가 비록 물리적으로는 한 몸을 이루지 못하나, 신앙고백과 참회, 성경읽기와 해석, 감사와 찬양, 봉헌과 결단, 파송의 내용을 동일하게 실행할 때, 이것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 안에서 한 몸으로 묶는 예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난 상황 하에 있는 교회는 공동모임에서 교회의 의미와 예배의 권위를 찾을 것이 아니라, 흩어진 예배자들을 묶으시고 세우시는 말씀의 능력과 성령님의 역사 안에서 권위와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다짐을 담아 코로나19 감염질환 확산방지를 위한 주일예배 지침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다만 이것이 이례적이며 임시적인 대응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존교회예배

1) 교회는 각기 처한 상황에 맞게 예배를 조정 합니다.
어떤 예배를 어떻게 유지, 중단, 간소화할지 자체 기준을 마련합니다.

주일예배 : 주중모임들과 차등을 두어 고려합니다.
주중모임 : 예배모임 -> 교육 -> 친교모임 순으로 차등화합니다.
동원되는 목회 인력을 최소화 (장례를 비롯한 특수한 경우 예외)합니다.

2) 예배 : 참여자 상호 간의 위생유지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정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2m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세정제 비치, 실내공기 환기 등

3) 예배를 간소화할 경우
유지할 순서 정하기 : 개회선언, 기도, 찬양, 설교, 봉헌, 축도, 폐회기도 등
생략할 순서 정하기 : 악수례, 세례-성찬, 통성기도, 안수기도 등

4) 설교
설교자의 비말을 통한 감염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줄입니다.
설교자와 성도 간의 거리가 가까울 경우, 설교자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5) 예배 전 찬양, 성가대의 찬양 : 순서를 중창이나 독창으로 축소하거나 생략합니다.

6) 다음세대 교회학교
예배와 가정신앙교육 자료를 부모들에게 전달하여 주일 성경공부가 멈추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 디아스포라(재택) 주일예배

성도들이 가정에서 미디어나 예배자료로 주일예배를 드리는 경우, 이것이 주일에 드리는 가정예배가 아니라 가정에서 드리는 주일 공예배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즉 현 사태 앞에서 교회가 취하는 주일예배의 대응이 특수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이 아닌, 생명의 보호와 돌봄이라는 신앙적이며 사회적 보편가치를 지키려는 교회의 책임 있는 태도라는 것입니다.

디아스포라(재택) 주일예배를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드리는 경우, 예배 전에 부모가 미디어 혹은 예배자료를 통해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유를 알려주어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게 인도합니다.

가. 미디어 영상을 통한 디아스포라(재택) 주일예배

실시간 중계가 불가능할 때 녹화 중계를 고려합니다. 목회자가 개인 스마트기기로 예배내용을 촬영하거나 육성을 녹음하여 성도들에게 ®파일을 전송합니다. 실시간 실황이든 녹화든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성도들이 주일 정한 시간에 함께 예배를 시작하고 같은 시간에 예배를 마친다는 데 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배자는 TV나 영화를 보듯이 자신의 공간에서 지켜보고, 구속받지 않기 때문에 예배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한 올바르고 질서 있는 디아스포라(재택) 예배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1) 성도들에게 예배준비와 예배자세에 관한 구체적인 수칙들을 안내합니다.

- 영상으로 예배드리는 공간을 정숙하게 구별할 것
- 디아스포라(재택) 예배자의 옷차림
- 예배에 집중하기 위한 장애요소를 제거할 것

2) 설교시간을 평소보다 줄이고(15분 이내), 전체 예배시간은 35분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3) 예배시작 5분전, 마음을 모아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게 합니다.

4) 예배순서에 성도들의 응답 부분을 강조합니다.(예배에 집중하기 위해)

- 기원기도, 신앙고백, 죄의 고백, 성경봉독 후 응답, 찬송, 봉헌 등

5) 봉헌 : 교회의 금융계좌로 송금하는 방식도 좋으나, 예배의 정신을 살리고 올바른 참여를 위해 예배공간에 봉헌봉투와 작은 접시(바구니)를 준비하여 봉헌시간에 헌금을 그곳에 올리도록 하고, 예배 후 모아서 교회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6) 축도(폐회기도) 후, 1-2분간 개인기도로 예배를 마무리합니다.


나. 예배문을 통한 디아스포라(재택) 주일예배

미디어 중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교회들이 시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교회가 제작하여 제공한 예배문에 따른 디아스포라(재택) 주일예배를 뜻합니다.

교회
- 통일된 예배문을 제작하여 인쇄물이나 혹은 SNS를 통해 가정별로 제공합니다.
- 예배인도를 위한 수칙과 지침을 제공합니다.
- 예배는 간소화한 형식으로 30분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 찬양 : 반주 없이 쉽게 인도하고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으로 합니다.
- 예배문은 인도자용과 예배자용 두 종류로 작성합니다.

인도자용 : 예배 부름, 기원 기도, 죄의 고백, 설교문, 봉헌기도, 교제와 소식, 폐회 기도와 파송 등 진행 문구를 포함한 예배문

예배자용 : 인도자의 내용을 뺀, 예배의 내용이 담긴 예배문

가정
- 가정별로 예배인도자 한 사람을 정합니다.
- 예배 시작 5분 전에 기도로 마음을 모으도록 합니다.
- 말씀 : 인도자는 교회가 제공한 목회자의 설교문을 대독하거나, 설교자의 설교영상이나 음성파일을 다운받아 청취합니다.
- 폐회기도 후, 1-2분간 개인기도로 예배를 마무리 합니다.
- 자리에서 떠납니다.

그리스도의 생명 사랑과 배려의 정신에 따라 교회예배, 디아스포라(재택) 예배를 드리지만 예배의 감동과 의미를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을 묵상하며 부활 신앙을 다짐하는 사순절(四旬節), 모든 교회가 주님 안에서 평강 누리시기를 다시 한 번 기도합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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