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기적이 되다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0년 03월 06일(금) 10:00
코로나19(COVID-19) 폐렴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벌써 70여 개국에서 9만 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3000명을 넘어섰다. 사망률은 높지 않아도 전파속도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 중동,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각 대륙으로 확산되는 기세가 무섭다.

중국은 우한시와 후베이성을 봉쇄했다. 한 달이 넘도록 아파트의 출입구를 막고 거리마다 바리케이트를 쳤다. 지나치다고 느낄 만큼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면서 코로나19 폐렴에 대응하고 있다. 이란은 30만 개의 팀을 동원해서 방문 검진을 하고 있다. WHO도, 각 나라의 정부도 긴장하며 총력전 태세에 돌입했다. 이 기세는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내일을 낙관할 수 없다.

한국사회도 코로나19 폐렴으로 요동치고 있다. 사회 각 영역이 일시 휴업상태이다. 숙박업소나 여행업계를 비롯해서 기업의 경제활동도 얼어붙고 있다. 한중간의 항공노선은 77% 이상 감소되었다. 특히 88% 가까운 환자와 대부분의 사망자가 집중된 대구 경북지역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대구 지하철은 텅 빈 채로 운행하고 있다. 방역업무 최일선의 의료진 중에서 확진자가 나타나고,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 일시에 몰리는 확진환자를 수용하지 못해서 대기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몇 장의 마스크를 얻기 위해서 몇 시간씩 줄서서 기다린다.

다행히 한국은 치사율을 1% 아래로 억제하고 있다. 3% 대를 넘어선 다른 나라와 비교된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결과이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할 때 이미 24배나 되는 이들을 검사했다. 고양시의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와 같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까지 등장했다. 의심환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각 나라가 검진장비를 개선하는 가운데, 미국은 7만 5천 건을 검진할 태세를 갖추었다. 중국은 AI를 동원해서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돕는 손길도 늘어간다. 성금을 기탁하는 배우들도 줄을 잇고, 기업의 여건도 어렵지만 앞을 다투어 방역물품과 생필품을 지원한다. 우리 총회는 대구 경북 부산일대에 11만 장의 마스크를 제공했다. 지교회와 교회 주변의 지역사회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교단을 넘어서 예장(고신)의 온천교회도 지원했다.

급박한 사태 진전에 따라서 한국교회는 3월 1일과 8일에는 다중의 회합을 피해서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나 온라인 예배로 드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대구 경북 부산의 경우에는 95% 가량의 교회 회중이 예배당에서 모이지 못했다. 주일성수를 금과옥조로 지켜온 한국교회로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주일에 텅 빈 예배당에 목회자와 소수의 중직자들만 모였다. 찬양대도 평소보다 적게 모였고, 설교는 동영상으로 공유했다. 그것도 어려운 교회는 각자 가정에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자료를 제공한 교회도 있고, 성경과 찬송가만 제시한 교회도 있다.

예배당에 모인 이들이나 가정에서 예배를 드린 이의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저절로 눈물이 나고,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탄식했을 것이다. 예배당을 두고도 들어갈 수가 없다니.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함께 듣지 못하다니.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태는 일상을 기적으로 만들고 있다. 한 곡의 찬송도 탄식이 되고, 한 번의 예배도 눈물이 되었다. 한 장의 마스크는 하나님의 사랑이 되고, 한 병의 손소독제로 마음을 나눈다. 마주 보고 나누는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지. 당연하게 여기던 의료진의 돌봄도 감동이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보게 된다. 하루 빨리 기적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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