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하나님의 시나리오대로

[ 목양칼럼 ]

김진철 목사
2020년 03월 06일(금) 00:00
작년 여름, 우리 교회에 등록한 한 새가족이 있다. 교인의 인도로 몇 차례 출석하고 나서 등록을 했는데, 등록하기 전에 잠깐잠깐 이 교회 저 교회에 다녀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심지어 이단 교회에도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등록하기 전에 몇 번 '수요 성경공부' 시간에 참석했는데, 그 시간이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던 모양이다. 등록한 다음에도 그 시간을 사모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몇 주 동안 성경공부 시간을 오갈 때 기쁨이 넘쳤다. 집에 돌아가서는 배운 것을 복습하기까지 했다. 카톡으로 내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런데 얼마 후, 직장에서 수요일 저녁만 야간 근무를 하게 되어 부득불 성경공부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매우 아쉬워했고, 그 후 간혹 일이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면 달려오곤 했다. 두 주 전 수요일에도 열심히 달려왔지만 이미 성경공부가 끝날 시간이었다. 그날 그 성도는 매우 아쉬워하며 말했다.

"목사님! 수요일 야간 근무가 다른 요일로 바뀔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 저도 수요 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다분히 억측이 담긴 성도의 말이었지만, 간절함이 느껴져서 주저하지 않고 "함께 기도합시다!" 이렇게 위로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일주일 후 카톡을 받았다. 내용인즉슨 직장에 갑자기 없던 월차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월차 대신 수요일 정시 퇴근을 요구했는데 그것이 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목사님 말씀대로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어요"였다. 이 성도는 일주일 후에 성경공부에 참석해서 열심히 은혜를 받고 돌아갔다.

이 일을 겪으면서 목회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 게 있다. 그것은 목회는 결코 '목사의 목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목사가 나름대로 하나님의 나라와 그 영광을 위해 일하지만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다. 목사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깨닫게 하시는 것, 그것은 하나님께서 목사의 목회 속에 숨겨 놓은 '시나리오'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나리오가 목사가 기대하던 대로 돌아가는 때가 있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목사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속한 일들이 현실이 되게 하시는 놀라운 시나리오도 있다. 결국 겉으로 보면 목사가 목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목회 자체가 '하나님의 목회'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하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두 손을 높이 든다.

김진철 목사/마중물예람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