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화장

[ 구름위의돌베개 ]

박은혜
2020년 02월 21일(금) 18:25
아침 화장



거울 앞에

아침을 세워 놓는다

길이란 길은 다 지워졌다

발가벗겨진 얼굴에

시간이 서둘러 분칠을 한다

풀꽃이 바람에 살랑거리듯

시작은 설레이는 것

하늘빛 아이새도 눈꺼풀에 칠하며

꿈으로 물들인다

그대를 문틈으로 엿본 마음이

붉은 칸나 꽃빛으로 뺨을 달구고

새가 푸드덕대며 길을 내듯

눈썹을 조심스럽게 그려본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 열리고

나는 장미 넝쿨이 담벼락으로

흘러내린

아침 길을 간다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출렁이며

하이힐 신고 또각또각

햇살 밟으며 걸어가면

선홍빛 해가

입술에 발갛게 부서진다



시 박은혜/제10회 기독신춘문예 동화 부문 가작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