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교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 필요

중국을 향한 원망과 혐오 조심해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2월 10일(월) 10: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중국을 향한 원망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회 내 중국인들을 향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예배를 드리는 서울의 한 교회는 현재 중국어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10여 명의 유학생들과 함께 중국어 예배를 드렸고, 현재는 방학이라서 예배가 없다"는 담당자는 "현 사태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입국을 하지 못했고, 국내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현재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배에 나오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학을 해도 예배는 당분간 중단될 것 같다"면서 "상황이 좀 가라앉을 때까지 예배를 드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안교회 최용희 목사(중국어예배 담당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교인들의 불안이 크다"면서 "때문에 중국인 교인들에게 고향에 다녀온 경우 14일 간 상황을 지켜본 후 교회에 출석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목사는 "혹여나 이러한 정책이 중국인에 대한 배제나 차별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인은 물론 외국에 다녀온 전 교인을 대상으로 같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중국인에 대한 비난과 혐오담론으로 번지는 상황을 우려해 전 교인에게 동등하게 시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인교회 최황규 목사는 "실제로 이들도 두려움과 공포로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연휴에 고향에 다녀온 교인들은 교회 출석을 자제하고 있고 주변을 상당히 의식하면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목사는 "교인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조금이라도 중국말을 하면 마치 벌레보듯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말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위축된 상황이다. 국적이 중국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 교인들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교인들은 물론 국민들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들을 비난하거나 배척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림동은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최 목사는 "대림동은 폐허의 도시, 공포의 도시가 됐다. 유튜버들이 대림동에서 촬영하며 중국인을 비하하고 저주하는 상황을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면서 "인류는 공동운명체이고 이러한 사태는 공동대응해야 하는 문제다. 오히려 독재아래 신음하는 중국과 중국인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발원지인 중국인들에 대한 국내 반감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인을 마주했을 때 불안감이 있다.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놓는 교인들도 있다. 지난 1월 23일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70만명이 동의했고, '자국민 안전 최우선'을 거론하며 '중국 전지역의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들이 지금도 뜨겁게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역의 맘 카페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불안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급기야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까지 붙였다.

그러나 통계청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1일 기준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은 21만 5000여 명이며, 한국에 거주하는 53만 1000여 명이 한국계 중국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약 45%가 중국 국적인 것이다. 중국인교회의 한 교인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고 이번에 중국에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욕을 하고 저주하고 있다"면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선욱 교수(숭실대 철학과)는 "사회적 이유에서 혹은 종교적 근거로 특정 혐오가 작동되도록 요구될 때 우리는 우선 혐오에 저항하고 거부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혐오는 특정 집단에 낙인찍기를 요구하고 그들에 대한 혐오를 실천하는 데 있어 조금도 주저하지 않게 만든다. 특히 기독교는 자기를 희생하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면서까지 사랑을 표현한 예수님에게서 그 생명력을 받는 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와 공격성으로 무장한 행위가 아닌 사랑을 드러내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송인규 목사(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도 "혐오 현상이 몇 년 사이에 한국인의 문화적 공간과 사회환경에 슬그머니 잠입해 가공할 독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항시 자기 비판적인 신앙자세와 기독교 진리에 입각한 보편적 가치관을 견지한다면 혐오는 그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고 밝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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