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

[ 목양칼럼 ]

강윤호 목사
2020년 02월 07일(금) 00:00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레트로(retro)'이다. '레트로'는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 하려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복고풍이 유행이다.

음악계에서 요즘 유행하는 장르는 두말할 것 없이 '트롯'이다. 방송을 틀면 여기저기서 트롯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몇몇 TV방송국 프로그램에서는 트롯 장르를 가지고 경연대회를 벌이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하도 많은 소리들이 들리니 흐름도 읽고 분위기도 파악할 겸 해당 방송을 찾아보았다. '국악 트롯'이라는 미션 수행에 3명의 경연자가 한 팀을 이뤘다. 세 사람 중 어떤 이는 국악 전공자였고, 다른 이도 국악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국악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던 터라 자신감을 갖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 보이는 반면, 한 사람은 당황하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국악과는 거리가 먼 출연자의 이름을 호명하며 염려하는 평가단의 모습도 보여졌다. 이어지는 화면에서도 국악과 트롯을 접목시키기에 버거워하는 이 출연자의 모습이 집중 조명됐다. 고민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모습이 방송에 그려졌고, 마침내 3명이 한 팀을 이뤄 만들어낸 노래가 본선에서 울려 퍼졌다. 우려와 달리 본선 무대에서 3명이 만들어낸 모습은 아주 멋지게 그려졌다.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특별히 국악과의 관련이 전무하였던 출연진을 향한 극찬이 쏟아졌다. 이제 다음 단계 진출할 사람에 대한 호명만 남았다. 셋 다 혹은 그 중 몇 사람이 그 다음 단계로 진출할지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딱 한 사람, 국악의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도전자만 살아남았다!

평가단의 평가는 이랬다. 주어진 미션은 국악과 트롯이라는 두 장르의 조화가 관건이었는데, 어느 한 사람은 국악에만 너무 충실했던 것이 탈락 이유였다. 자신의 전공, 즉 자신 있는 분야를 드러내기 바빴던 것이 미션을 이루는 것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이다. 국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출연자가 반전의 결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처음하는 낯선 것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불평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보다 불리하다고 핑계대지도 않았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자신도 평가단도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평가단의 한 사람은 보물을 발견한 무대였다고 호평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은, "말은 쉽지"라며 주저앉기 일쑤다. 감당 못할 것 같았기에 포기했다고 말하면 다들 "그만하면 됐다"라는 말로 애써 위로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갈렙이 생각난다. 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이미 연로했으나, 하나님이 주시기로 한 땅에 대한 약속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었다. 이쯤 되면 되겠거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적당히 땅의 분배 문제를 현실과 타협하며 마무리 지으려 할 때, 갈렙은 일어섰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 날에 들으셨거니와 그 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수 14:12)" 지금도 상황과 환경은 여전히 맞서기 어렵다. 그래도 말씀에 의지하여 한 번 해볼 일이다.

강윤호 목사(반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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