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시로 그린 천국

[ 4인4색 ]

김철교 장로
2020년 02월 05일(수) 10:00
도레가 단테 '신곡'에 그려 넣은 천국모습.
내가 가야 하는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추방된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그림으로 글로 노래로 천국을 그려왔다. 표현하는 용어와 방식만 다를 뿐 대부분의 종교들도 천국을 바라며, 철학자들이 탐구하는 궁극적인 목적도 낙원의 회복 즉 인간의 구원이 아니겠는가 싶다. 성경의 대부분도 종말론, 즉 고단한 세상을 뒤로하고 예수님을 따라 천국에 이르는 내용이다. 천국은 바울도 스데반도 사도 요한도 다녀온, 하나님이 다스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다.

존 번연(1628~1688)의 '천로역정'은 천국에 이르기까지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각종 유혹과 싸우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있다. 번연이 소개하는 천국은 하나님이 계심으로 태양처럼 빛나며, 시들지 않는 생명나무를 비롯한 기화요초가 자라고 괴로움과 슬픔과 죽음이 더 이상 없는 곳이다.

십자가의 강도에게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고 하신 말씀에 기대면, '천로역정'에서처럼 많은 시련을 통과해야 가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는 예수님을 영접하는 순간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실컷 욕심대로 살다가 죽을 때쯤에 영접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위장된 믿음으로는 천국에 갈 수 없다.

밀턴(1608∼74)의 '실낙원'과 단테(1265~1321)의 '신곡'에서는 웅장한 서사시로 천국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와 귀스타브 도레(1832~1883)는 단테의 '신곡'에 많은 삽화로 천국을 그렸다. 도레의 삽화에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있다. 천국은 아홉 개의 원으로 되어 있으며, 열 번째에 해당하는 중심의 밝은 빛은 성 삼위일체의 빛이다. 이를 중심으로 믿음의 승리자들이 장미꽃처럼 원을 이루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

밀턴의 낙원에서는 하나님의 빛 가운데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기를 수 있는 곳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는데, 자신의 선택에 의해 타락한 것이 아니고, 사탄의 유혹에 의해 타락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 타락한 천사인 사탄은 자신의 선택으로 하나님을 배신했기 때문에 영원한 지옥 불에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믿음의 선진들이 경험한 천국에 관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천국은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함께, '기쁨과 사랑이 넘쳐서, 언제나 모두가 행복한 나라'인 것이 분명하다. 시간과 공간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아브라함도 만나고 아펜젤러 선교사도 만나고 주기철 목사도 만나도 김수환 추기경도 만나고, 우리 가족들도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나라. 보석궁도 있고, 맑은 시냇물 가에 아담한 초가집들도 있는,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광대한 나라, 모두에게 똑같은 나라가 아니라, 모두에게 다르면서도 모두에게 언제나 기쁨이 충만한 나라.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로 죄의식도 두려움도 의심도 모두 지워지고, 세상 고난의 기억들이 행복한 기억이 되는 나라, 저절로 착하게 살아지는 나라가 천국이 아닐까 싶다.



김철교 장로/배재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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