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날 세워 이 시대의 예언자로 살아가자

[ 1월특집 ] 1.진실을 허무는 가짜뉴스

정재영 교수
2020년 01월 03일(금) 00:00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가짜뉴스로 큰 홍역을 치른 이래 최근에는 일부에서 자신들의 입장과 다른 사람들을 종북 좌파로 매도하며 사실과 전혀 다른 가짜뉴스들을 유포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가짜뉴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치 이슈를 타고 확산력을 높이는 가짜뉴스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가짜뉴스에 대해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에서는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가짜뉴스란 잘못되거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뉴스의 형식으로 사실인 양 보도하는 루머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루머가 없는 사회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사회관계를 이루는 주요한 수단이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와 착각이 수반되어 루머가 발생하게 된다. 루머가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주변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뿌리 깊은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으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의미 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한 정보에라도 의존하여 사회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루머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와 루머는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루머가 인간의 기본 욕구와 관련되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라면, 가짜뉴스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생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훨씬 악의적이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더 쉽게 떠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그것이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이미 사람들 뇌리에 박힌 이미지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 특히 최근에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편집 툴 기능이 빠르게 발달하며 가짜뉴스를 더 쉽게, 더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문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항간에 떠도는 루머나 괴담 수준이 아니라 정식으로 발행되는 신문 기사나 동영상으로 보도되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것이 사실과 다르거나 심지어는 조작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주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의미 있는 행위를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 자체가 거짓과 허위로 왜곡되어 버린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인 민주주의를 근본으로부터 뒤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대중들의 건전한 사고와 올바른 판단에 기초하여 다수의 의사를 따르는 방식을 표방하는데 대중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끝내 소통할 수 없게 되면 갈등을 해결할 수 없게 되고 헌법과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까지 난무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매우 무질서해지고 끝없는 갈등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교회도 이러한 가짜뉴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교계 여러 인사가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렀고 교회 안에서도 이런저런 괴담과 가짜뉴스들이 SNS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서로의 삶을 나누고 교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짜뉴스에 악용이 되기도 한다. 아침마다 보내져 오는 묵상 내용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내용들이 기도제목이라는 신앙적 명분으로 포장되어 오기 때문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 장로님이, '영적 지도자'인 목사님이 보내오는 내용이기에 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교회 안의 다양한 모임들이 SNS 그룹으로 짜여 있다 보니 확산도 더 빠르다.

교회 안의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SNS 전달 내용을 퍼 나르기 전에 최소한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이 내용에 대해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기도 제목이나 신앙적인 표현으로 포장되어 오더라도 당연히 좋은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내용을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동의하는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다음으로, 내가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 내용이 우리 공동체에 유익할지 아니면 해를 끼칠지에 대해서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내가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공동체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이 공동체의 덕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가짜 뉴스를 단시일에 해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근본적으로는 우리 신앙을 스스로 성찰하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풍토가 교회 안에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교회의 이해관계나 세력화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공교회로서의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문화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감각 없는 자와 같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각의 날을 세워 이 시대의 예언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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