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성찬에서 "주의 몸을 분별"한다는 참 의미

[ 주간논단 ]

김명실 교수
2019년 12월 18일(수) 10:00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유아성찬 실행을 위한 모든 총회의 법적인 절차를 마치고 마지막 노회수의 집계만 기다리고 있다. 특별히 세대통합예배가 잦은 개척교회나 중소형교회에서 유아성찬의 실행을 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또한 타교단에서 이미 유아성찬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이사 등으로 교회를 옮긴 후 전혀 다른 전통에 당혹스러워하며 유아성찬 허락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별히 중대형 교회의 목회자들 다수는 세대통합예배가 드물기에 유아성찬의 현실적인 필요를 체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또한 유아성찬이 실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작은 혼란들과 무엇보다도 '분별'에 대한 오래된 신학적 고민이 가장 걸림돌이 되는 듯하다. 사실 유아성찬은 기독교 초기부터 실행되어온 전통이며, 동방교회는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이 지금까지 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례전의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1214년의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화체설이 공인되면서 유아성찬도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어린 아이들이 주님의 몸과 피를 흘리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제시된 명분은 고전 11장에 나오는 "주의 몸을 분별"하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구절은 고린도교회의 일부 신자들이 늦게 온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이 먼저 성찬에 참여했던 상황에서 주신 말씀이다. 여기서 주의 몸은 주님이 피 흘려 사신 교회를 뜻하며, 분별은 지적인 능력이나 도덕적 능력이 아니라 신앙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헌신을 뜻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찬에 임할 때에 오히려 우리 중에 가장 약한 자, 심지어 분별의 능력이 부족한 자 조차도 소외되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 본문은 연약한 자를 배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포용을 위한 본문이다.

유아세례와 유아성찬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고대 교부는 바로 어거스틴이다. 그는 인간의 이해와 고백보다 하나님의 은총이 선행한다는 성례전 신학을 유아세례뿐 아니라 유아성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어거스틴은 유아처럼 전적으로 무력하고 연약한 자들에게 '생명의 양식'인 주님의 만찬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얀 후스의 영향으로 1418년 프라하 종교회의에서 법으로 금지되었던 유아성찬이 다시 승인되었으나, 로마에서 이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1910년에 이르러 마침내 로마 가톨릭은 세례받은 유아들이 원하고 간단한 교육이 병행된다면 입교(견진)과 상관없이 실행되도록 허락하였다. 이어서 성공회, 루터교, 개혁전통들도 많은 신학적 노력들을 통해 유아성찬을 회복하였고,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 중 한국장로교가 가장 주목할 가치가 있는 변화는 미국장로교와 스코틀랜드장로교회의 헌법이다. 북장로교회와 남장로교회가 연합하던 1983년에, 연합장로교회(PCUSA)는 예배지침서에서 성찬으로 초대할 때에 반드시 유아세례자들도 포함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교회도 1992년부터 입교(견진)를 더 이상 성찬참여의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주님의 식탁은 믿음으로 초대에 응답하는 모든 세례교인에게 열려있다고 밝혔다. 당회는 성찬 전에 세례교인들의 신앙을 점검하고 교육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이 조항이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자동탈락 시킨다는 뜻이 아니라고 명시한다.

이렇듯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유아세례자의 성찬회복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 한국대한성공회, 기독교한국루터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의 개신교 주류교단들이 이러한 세계적인 유아성찬 회복운동에 동참하여 실행해오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는 유아성찬이 실행될 경우 접하게 될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당회 차원의 세칙안이 마련되어 있다. 길을 열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우리가 걷게 될 그 새로운 길에도 주님의 '은혜'가 선행하실 것이다.



김명실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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