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구조조정 공론화 … 온도차는 여전

총회 산하 7개 신학대학교 이사 초청 간담회 개최
동반생존 위해선 구조조정 필요 vs 자생 몸부림 중…아직은 시기상조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9년 12월 13일(금) 15:00
지난 12일 총회 신학교육부와 7개신학대학교구조조정위원회가 초청한 총회 산하 7개 신학대학교 이사들과의 간담회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7개 신학대학교의 현황', '신학교육과 운영개선 방향'. '신학교 구조조정 당위성' 등의 발제와 정부 정책 설명회가 이어졌다.
정부의 사립학교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이재력 감사(한국연구재단).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산하의 7개 신학대학교의 운영 현황과 개선 방안을 공론화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총회가 바라보는 시각과 학교측 입장에는 여전히 온도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총회는 교회의 재정지원이라는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현재의 학교상황이 '괜찮지 않다'고 바라봤지만, 학교측은 자생을 위한 노력 중이니 지켜봐 줄 것을 원했다.

지난 12일 총회 신학교육부와 7개신학대학교구조조정위원회가 초청한 총회 산하 7개 신학대학교 이사들과의 간담회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총회 임원, 신학교육부 실행위원, 7개 신학대학구조조정위원과 총회 직영신학교 이사장과 총장, 이사 등 80여 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총회 임원 전원이 참석해 교단 미래의 바로미터인 신학교육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간담회는 △7개 신학대학교의 현황(교육자원부 김치성 총무) △신학교육과 운영개선 방향(신학교육부장 곽재욱 목사) △신학교 구조조정 당위성(신학대학구조조정위원장 박희종 목사) 등 내부의 진단과 함께 지난해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를 은퇴한 이재력 감사(한국연구재단)를 초청해 정부의 사립학교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발제에서 7개신학대학구조조정위원장 박희종 목사는 "이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공론화해서 함께 나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지역 이기주의, 동문 이기주의 등 애착 때문에 지금까지 구조조정이 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선지동산을 함께 고민하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해 4개 학교를 폐교하면서 겪은 교직원과의 갈등, 학교 현장 등 실제적인 상황을 전한 이재력 감사는 "고등교육법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할 경우 폐교대상이 되는 조항이 있고, 이것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을 위해 감사 등을 실시한다"면서, "대학은 아직 상아탑에 머물고 있다. 현장에 따른 변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교수들은 계속적으로 자율을 요구하고 있어 어쩌면 자율에 묻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전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했지만 지금은 '벚꽃 피는 순서와 상관없이 문을 닫는다'고 말한다. 충원율을 30% 정도 채웠다는 것은 징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신학교 구조조정 방향성에 대해 이재력 감사는 특성화, 지역사회와의 연계, 원래 설립 목적대로 운영 점검 등을 제안했다.
"자율적으로 못하면 외부에 의한 강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 그는 "지역사회에 인력이 필요한 부분을 고려해 특성화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이때 교수들, 동문 등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몇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학교가 다 죽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해 큰 아젠더를 두고 진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젠 공급자 시각에서 벗어나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은 분명히 학생들에 대한 교육, 운영을 바꿔야 할 시기"라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처음 설립할 당시의 부분이 많이 퇴색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교단뿐 아니라 학생들과 나라 전체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빠른 시기에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총회 인준 카드'를 언급했다. 총회가 개별 학교법인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학교들이 '총회 직영'이기 때문에 학생을 모집하고 교회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했다. 김태영 목사는 "교단 신학교이기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후원하고 있으며, 총회 산하라는 것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선교학과도 없으면서 통일을 막연히 기다리는 것은 '주먹구구식'"이라고 표현했다.

구조조정위원이자 한일장신대 이사인 양인석 목사는 구조조정에 있어 제일 큰 장벽으로 동문들의 생각을 꼽았다. 그는 "동문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운 생각은 '흡수병합'이다. 대부분의 동문들은 구조조정은 공감하지만 학교동문들의 생각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3의 이름을 놓고 7개 학교를 분교처럼 구성해 수급을 조절하는 안"을 제안했다.

한일장신대 박종숙 이사장은 7개 신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서 거대한 청사진을 총회가 제시해달라고 했다. 그는 "구조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각 학교가 독립돼 있기 때문에 직영 취소 카드 밖에는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억지로 구조조정 할 수 없다"며, "각 학교마다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장이 조정할 때까지 생존몸부림을 하다가 마지막 한계상황에서 총회가 간섭해 합병이든 통폐합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통폐합만 생각하고 있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통일한국이 될 때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장신대 이종삼 이사장은 충원율 저조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뒤늦게라도 소명을 받으면 신학교에 오기 때문에 신학교는 사실 교회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일반학교의 개념을 가지고 신학교 위기를 말할 필요는 없다"면서, "질 좋은 학생들을 충원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남신대 권용근 총장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달라.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각 학교가 특성화 방안을 내서 다양한 리더십을 키워낼 수 있도록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신학교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한일장신대 구춘서 총장은 "2년 내에 학교에서 10명이 나가게 된다. 구조조정이 개별 학교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르치는 내용이 더 문제이며, 통전적인 목회자를 키워내는 데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학교들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원하고, 각 학교가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는 입장인 반면 총회측 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신교부 실행위원 장태식 목사는 "총회의 방향과 간담회서 나누는 대화의 방향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총회와 교회는 지금 절실하다. 신학교에 들어갈 자질이 안되는 학생이 입학하는 것을 보고 교회내 부교역자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도 함께 낮아졌다"고 우려하며,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절대 의논이 되지 않는다. 총회가 갖고 있는 카드를 적절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위원 곽충환 목사는 "지난 2년 동안 신학교육부 내 신학교장기발전위원회에서 수차례 다뤄왔었다. 신학교 쪽에서는 자생을 요구하고 있고, 총회는 사회적, 인구적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자생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각자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지만 우리의 최대 관심은 목회자 수급문제 일 것"이라면서, "어떻게 좋은 목회자를 세울 수 있는가. 양질의 목회자를 집중적으로 세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신대원 운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위원 황해국 목사는 "신학교육부 장기발전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자구책을 가져와라 했지만, 제출한 학교가 별로 없다. 학교들은 대부분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지금하지 않으면 학교 구조, 재정 여건 상 괜찮을 수 없다. 통폐합이라는 것이 교단 안에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충분히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한일장신대 박남석 이사는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직접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면서, "좋은 매뉴얼을 만들어 경과규정, 적용 시간을 두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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