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해서 꿈을 꾼다

[ 땅끝편지 ] 네팔 편 8

이원일 목사
2019년 12월 10일(화) 00:00
갸네슬 교회를 개척한 로버트 카턱 목사(중앙)와 함께한 이원일 선교사. 카턱 목사는 네팔의 한경직 목사라고 불린다.
네팔에 온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겪은 일이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분과 대화하는 중이었다. 네팔의 열악한 부분에 대해서 이것 저것 늘어놓는 것이다. 기사에게 "네팔은 앞으로 성장하게 될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택시 기사는 힘을 줘서 이야기 했다. "네팔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어서 "도로를 보라. 먼지를 보라. 일할 직장도 없고, 정치인들은 자신의 배만을 불리고,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하나 하나가 다 옳은 소리였다. 그래도 앞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 뒤로도 "네팔은 안된다"는 말을 네팔 백성 스스로의 입에서, 슬픈 기색 하나 없이 하는 것을 지금까지 계속 듣고 있다.

네팔은 산악국가로서 제조업 비중이 전체 산업의 약 15.7%(World Bank 2013년 기준, 남아시아 평균 23.6% 보다 현저히 떨어진다)에 불과해서 제조업으로 자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네팔 인구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해외노동자로 나가 있다. 그중 한국에도 4만 여명의 노동자가 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고용 허가제(EPS: Employment Permit System)를 통해서 매년 한국으로 2~3천명이 뽑여서 일하러 가는데,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도 그 안에 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2~3배 수입이 높기 때문에 '코리안 드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취업선호도 1위 국가이다.

건강한 젊은이들은 거의 다 외국에 간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외국 노동자로 살아간다. 안타까운 소식도 많이 들린다. 브로커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인지 일하러 간 나라의 공항에서 굶어죽은 사건, 아랍 쪽에서 일하면서 부당 대우 및 누명을 써서 빚이 생겨 돌아올 수 없는 운명에 처한 사람,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건 등 필자가 아는 사람들 안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그뿐 아니라, 장시간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부부 문제, 부모 자식간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자살 및 살인 사례가 적지 않다.

인도는 2019년 10월 31일 네팔의 서북부 깔라빠니 지역을 자기들의 땅이라 선언하고, 인도군을 주둔시키고 비행장까지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10여 년 전 네팔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택시 안에서 들은 그 말이 사실인 것만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교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선교사의 마음 속에서는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네팔의 땅만 바라보면, 입을 열 힘이 사라진다. 더 이상의 것을 꿈꿀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될 때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주님의 계획과 능력을 가슴에 품게 된다. 하나님의 계획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주님은 3억 3천만의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이곳에 대한 심판을 미루시고, 구원하고 축복하시려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부모님은 아들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아들을 대신해서 하나님의 꿈을 꾸고 계시다가 전달해 주셨고, 지금은 그 꿈이 나의 소명이자, 사명이 되어 이루어져 가고 있다. 꿈을 대신 꾸는 것은 하나님의 방법이다. 인간이 죄인 되었을 때부터 주님은 꿈꿀 수 없는 인간을 대신해서 회복을 꿈꾸셨다. 한국에 처음 온 선교사들도 꿈꿀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을 대신해서 꿈을 꾸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네팔이 아직 꿈을 꾸기 어렵다면, 선교사들과 네팔의 교회들이 대신 꿈을 꾸며 나아갈 것이다. 꿈을 주시고, 꿈을 이루실 우리 주님을 찬양한다.

이원일 목사/총회 파송 네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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