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인권 사각지대 비추는 빛이 되자

[ 총회장목회서신 ] 총회 인권주일(12월 1일) 총회장 목회서신

김태영 목사
2019년 11월 26일(화) 14:26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지난 9월, 제104회 총회에서 "소외된 자와 경제적 약자, 그리고 억압당하는 자의 위로자가 될 것을 다짐"하고 정부의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지지"함과 동시에 "정책의 역기능으로 인한 부작용을 검토하여 신중하게 시행"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제104회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의 현 시국에 대한 선언). 우리는 비단 이번 총회뿐만 아니라 개혁교회의 오랜 전통으로서 약자와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하나님만이 양심의 주가 되시고(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제20장 2), 모든 사람의 인권은 하나님이 주신 은사이며(대한예수교장로회신앙고백서 제5장 5), 교회는 이 고백의 실천으로 "이 땅 위에 공의와 사랑이 강같이 흐르는 사회를 건설"(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서)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총회는 이러한 믿음의 유산에 터잡아 1987년 제74회 총회에서 매년 12월 첫 주일을 '총회 인권주일'로 지킬 것을 결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창조(창 1:27)되었기에 천부적인 존엄을 지닌다는 것이 우리가 믿는 인권의 토대입니다. 오직 말씀(Sola Scriptura)에 근거해 교회를 회복시키고자 일어난 종교개혁운동은 교회의 개혁을 넘어 인권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사제중심주의의 혁파, 권위주의의 거부, 성경의 대중화 등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평신도의 자유가 신장되었습니다. 종교개혁운동이 새로운 '근대적 개인'이라는 개념을 발아시켰고 나아가 '근대 인권'의 초석을 놓았음은 부정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인 것입니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교회는 '창조주 하나님'을 통해 인권의 토대를 고백하고, 믿음의 선배들이 보여준 인권을 위한 투쟁 속에서 '역사의 주인되신 하나님'을 증언하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에 관한 교회의 역사적 인식이 오늘 우리 삶 속에서 보여지는 인권의 신장과 발맞추어 성장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개인의 신앙을 강조하는 전통과 인권신장이라는 '공동체'적인 차원 간의 균형을 성찰해야 할 시점입니다. 경제적 능력, 국적의 차이, 학벌, 성별,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인해 짓눌리는 인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제임과 동시에 차별받는 당사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못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는 존재로서의 교회는 단순히 교세의 확장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개혁의 마중물이 되고(Semper Reformanda), 인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개혁은 세상의 개혁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 개혁의 출발선은 항상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에 그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번 회기 우리 총회의 주제말씀(느 2:17, 엡 5:26~27)에서 보건데, 느헤미야의 개혁은 성전건물이나 종족에 제한된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모든 '기득권과의 결별'을 전제한 '혁신'이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 결별의 이면에서 '연대와 실천'을 발견하고 혁신의 정면에서 '희생'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가시적인 연대를 이루고 억압받는 이들과 희년을 실천합시다. 이를 위해 교회가 감당할 희생은 마땅한 것이며, 그 희생이 스며든 실천이 있어야 "다시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회와 노회 그리고 이 땅의 모든 교회가 하나님이 주신 인권의 보루로서 사명을 다하고, '영광스러운 교회'(엡 5:27)로서 세워져 나가기를 기도합니다.



2019년 12월 1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김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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