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선교 2세대를 향한 새로운 모색

[ 현장칼럼 ]

고경수 목사
2019년 11월 25일(월) 00:00
지난 11월 둘째 주일, 교회설립 16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 22:21)" 이 말씀을 붙잡고 이주민들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모든 순간들이 주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주민들을 섬기는 사역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땅에 찾아온 이방 나그네들이 겪고 있는 여러 모양의 어려움들을 보살피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으니 감사할 수밖에. 더욱이 16년 동안 이주민 선교를 통해 아시아 3개국에 이주노동자 출신 선교사를 역파송하는 결실을 거두게 하시고, 그들이 본국에 돌아가 왕성하게 현지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헌신하도록 기도와 재정지원으로 동역해 주신 성도들과 이웃 교회들의 도움을 끊어지지 않게 하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한국 이주민 선교는 88서울올림픽이 열리고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왔고, 한국 산업현장에 이들이 유입되면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한국 이주민선교의 역사는 30년, 한 세대를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이주민에 대한 인식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법 제도는 미흡하지만 조금은 변화되었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부정책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 세대를 지나온 이주민들을 위한 선교현장은 어떠한가? 몇몇 선지자적 안목으로 이주민 선교를 시작하고,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구축하여 왕성한 선교 열매를 거두는 교회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의 이주민 선교에 몸담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은 미자립 교회를 면하지 못한 채, 가족들과 동역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 없이는 교회나 선교센터의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교회가 선교프로그램이 아닌 사회복지나 문화행사를 대행하거나 위탁받는 기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 이주민 선교현장에서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주민 선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신학생과 목회자가 없다는 것이다.

2년 전, 10년 넘게 동역하던 협력 목사가 사역을 그만두어 새로운 협력자를 구하기 위해 신학교에 구인광고를 낸 적이 있다. 몇몇 지원자들이 와서 인터뷰를 했다. 이주민 선교에 사명감이 있어서 찾아 왔다고 하였지만, 본인의 생활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자비량 선교를 해야 한다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되돌아갔다. 전국의 공단과 농어촌에는 이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미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주민선교는 그저 특수선교분야의 한 모퉁이로 남아 있고, 총회나 노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정책이 없다. 이주민선교 2세대를 향한 새로운 모색이 절실하다. 이주민선교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 사명이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효과적인 이주민 선교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신학교(신대원)는 이주민 선교에 대하여 전문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선교신학 커리큘럼을 개설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총회는 이주민선교 신학훈련을 받고 졸업한 신학생이나 일정기간 이주민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를 국내선교사로 인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노회는 총회로부터 국내선교사로 인정받은 목회자들에게 생활비와 선교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이 여러 특수 선교분야의 목회현장과 이해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기회이자 사명인 이주민 선교가 추수할 일군이 없어 그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이 보다 더 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주민 선교에 헌신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 황금어장과 같은 이 시대 이주민 선교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현지 선교사들이 배출되어 아시아, 아프리카, 땅끝 마을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고경수 목사/대구평화교회·대구이주민선교센터장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