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라는 우물을 파는 사람

[ 가정예배 ] 2019년 11월 23일 드리는 가정예배

손창화 목사
2019년 11월 23일(토) 00:10
손창화 목사
▶본문 : 창세기 26장 12~33절

▶찬송 : 393장



이맘때가 되면 아무리 무딘 사람도 잠시나마 뒤 돌아 본다. '세월이 지나 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져야 하는데, 세상은 도무지 그럴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생활'(生活)은 그야말로 사막과 같다. 낮에는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를 걷는 것 같고, 밤이면 스산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시달린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사막으로 이끌어 내시어 두텁게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셨다. 하나님은 왜 그들을 굳이 사막으로 이끄시는 것일까? 사막 탐험가였던 테오도르 모노는 사막을 가리켜 "이 공간은 파우스트적인 인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막은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강인해지도록 가르치는 학교(사막의 순례자)"라고 말한다. 광야는 살아가기 힘든 곳이었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이 은혜를 체험하기에는 넉넉한 곳이었다. 수다한 대적들을 물리쳐 주셨다. 물도 없고 불뱀과 전갈이 우글거리는 광야에서 인도하셨다. 말씀에 순종하여 살아가는 생활의 든든함을 일깨워주셨다. 광야에서 그들은 그런 강인한 생활을 배웠다. 하나님은 강인해지기를 원하신다. 우리가 두텁게 생활할 것을 바라신다. 묵(默)은 흑(黑)과 견(犬)을 합친 글자로, 개가 잠잠히 사람을 따르는 모습에서 나왔다고 한다. 오늘도 광야와도 같은 생활에서 묵묵한 걸음으로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믿고 견디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믿음일 것이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삭이 그런 사람이다. 이삭은 순종의 사람이요(창 22장), 묵상하는 사람이었다(창 24:63). 이삭은 연거푸 우물을 파는 생활인이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판 우물을 그랄 사람들이 흙으로 다 메워 버렸다. 아비멜렉이 찾아와서 떠나라고 말하자 이삭은 아무 말 없이 그곳을 떠나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천막을 치고 거기서 또 우물을 판다. 이삭이 우물을 파자 샘이 쏟아져 나온다. 그랄 목자들이 찾아와서 그 우물을 내어놓으라고 한다. 이삭은 아무 대꾸도 없이 그 우물을 그들에게 주고, 또 산골짜기로 들어간다. 또다시 우물을 팠더니, 물이 또 쏟아진다. 이삭은 가나안 브엘세바에서 제단을 쌓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난 후에 우물을 팠더니 또 물이 쏟아진다. 아비멜렉이 이삭을 찾아와서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분명히 보았다. 이제 너는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니라(28절)"고 말한다.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믿고, 묵묵하게 '생활'이라는 우물을 파는 이의 승리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라는 당부가 들려온다. 다함이 없는 사랑으로 늘 우리 곁에 계시는 하나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를 지키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묵묵히 생활해야 한다. 복음성가 '주 예수 나의 당신이여'에서 "꽃처럼 향기 나는 나의 생활이 아니어도 나는 주님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라는 가사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예수님에 대한 고백이다. 우리는 신실하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신실하셨다. 우리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생활을 나날이 이어 가지만, 하나님은 미쁘시다. 오늘도 '생활'이라는 우물을 묵묵하게 파야 한다. 하나님은 함께 하실 것이다.



오늘의기도

임마누엘 신앙에 굳게 서서 생활이라는 우물을 묵묵하게 파는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임마누엘 하나님 찬양받으시기에 합당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손창화 목사/예수마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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