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이론 아닌 실천

[ 주간논단 ]

장경덕 목사
2019년 10월 30일(수) 10:00
무엇이든지 오래되면 처음 갖고 있던 성능이나 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좋은 제도를 잘 만들어놔도 세월이 지나면 그 정신이 퇴색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인도의 한 왕이 사랑하는 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무덤을 잘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얼마 후에 보니 무덤 옆에 정자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정자를 잘 지어주었고, 또 그 옆에 연못까지 만들어 주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무덤만 없으면 아주 좋은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무덤을 없애라고 했다는 얘기이다. 처음의 정신이 무뎌지면 원래적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

2년 전 교계를 떠들썩하게 달군 행사가 있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다. 500년 전에 개혁자들을 통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절대적 사명으로 개혁교회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후 500년이 지난 지금의 교회가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실 성경적인 교회인가에 대한 답은 부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2년 전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한 기대가 컸을 지 모른다. 이젠 뭔가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을 기대한 것이다. 또한 교회가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기에 본교단에서도 '다시 거룩한 교회'의 표어를 걸고 뭔가 거창한 행사들을 진행했다. 많은 학술대회와 행사, 축하공연, 신학선언서도 나왔고, 기독교 계통의 여행사에서는 사람들을 모아 제네바, 아이스레벤, 비텐베르그, 스트라스부르그, 프라하 등 개혁지 여러 곳을 여행하는 상품들도 나와 성황을 이루었다. 마치 목사로서 그런 곳을 가보지 못하면 개혁에 무딘 사람처럼 느낄 정도로.

그런데 2017년 그 해가 지난 후에 어떤 개혁적인 변화가 있었는가?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별로 소망을 줄 만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 기간에 교회는 반개혁적인 결의도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로 인해 교회의 신뢰도는 더 떨어져 그 이후 교세는 하강곡선을 지속하고 있다. 총회 안에서 그 흔한 제도적 개혁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총회 때마다 각 부서 보고를 받는데만 나흘이 걸릴 정도로 비대한 총대 1500명의 회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놓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성경 안에서 여러 번의 개혁을 볼 수 있다. 여호사밧, 요시야, 혹은 포로 이후에 에스라 느헤미야의 개혁 등에는 뭔가 가시적인 것들이 개혁의 결과물로 나와 있다. 지켜지지 않았던 절기를 지켰다거나, 우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일들이 개혁적 결과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론이 이론으로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실천이 따라야 한다.

500년 전의 종교개혁은 생명을 잃은 교회에 생기를 부어주었다. 잘못된 교리를 시정함으로 삶이 변화되었다. 지금 독일사람 중에 교회 출석은 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는 종교개혁이 실천 중심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면 우리 한국교회 성도들은 교회생활은 나름 잘 하고 있다. 적어도 주일 성수나 헌금생활 등은 양호하다고 본다. 그러나 삶 속으로 들어가면 좀 달라진다. 예배 시간의 모습과 예배 후 회의를 할 때의 모습은 딴판인 경우가 많다. 이는 신앙생활이 생활신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예배 때 만난 하나님을 삶 속에 따라오지 못하도록 교회 안에 묶어 두려는 의도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목사요 유치원 교사이기도 했던 로버트 풀검의 책 제목에서처럼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고 한 것처럼 유치원만 다녀도 빨간불에 길을 건너지 않는 것을 안다. 이는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대학원 졸업한 사람이라도 이런 법을 어긴다. 몰라서가 아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몰라서 신앙을 생활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자기 욕심이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다.

500년 전의 종교개혁이 '성경으로 돌아가자'였다면 이제 우리가 이룰 개혁은 '성경적 삶을 살자'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개혁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요, 구체화 된 삶이어야 한다.



장경덕 목사/가나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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