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없는 목사

[ 목양칼럼 ]

최성은 목사
2019년 10월 25일(금) 00:00
새벽예배 후 안면도로 가을 여행을 출발하는 70세 이상 1남선교회를 배웅하며 버스에서 인사말을 했다. "우리 교회는 1남선교회가 최고입니다. 맞죠? 하지만 여러분에게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주간에 3여전도회가 정동진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는데, 그분들에게도 우리 교회는 3여전도회가 최고라고 말할 겁니다"라고 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때 중앙 자리에 앉은 분이 우스개 소리를 했다. "목사님도 못 믿겠어요." 나는 대답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지요. 우리 교회 성도는 모두 귀하고 모두 최고입니다." 1남선교회원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목회를 어렵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난해하지만 단순 도식화하면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있지 않은 교회가 평화롭다. 평화로운 교회 성도들은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한다. 베테랑 운전을 자랑하기보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듯 교회의 규모와 명성보다 성도에게 하나님 나라를 맛보게 하는 그 이상의 목회가 있을까? 파당이 나누어져 분열과 혼란을 심하게 겪었던 신약 초기 교회의 기록은 오늘날 현대 성도에게 교회의 어떤 사역보다 우위에 있는 가치가 평화라는 사실을 역설해 준다. 성경은 교회가 한 마음과 한 입으로 하나님을 예배할 때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신다고 말씀한다.

몇 차례 교회 내홍이 있은 다음에 담임으로 부임한터라 목회의 방향성을 평화에 두었고 교회의 평화를 위해 고민하며 기도했다. 그때 교회가 평화로우려면 목사 편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게 되었다. 목사 편이 없으면 교인 편도 없을 테고 성도는 자유롭고 평안한 신앙생활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 이후로 교회의 화평을 위해 교우들 앞에서 주기적으로 공개 선언하고 있다. "저는 목회적인 목적 이외의 개인적인 만남은 갖지 않습니다. 사적인 이야기나 연락하지 마십시오. 저는 제 편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제 편을 만들지 않습니다. 목사를 자기 편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오해하는 겁니다. 모든 성도를 똑같이 대합니다. 모든 성도가 소중합니다." 이 목회관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이제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어 교회가 안정 궤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 교회 교역자 부부와 직원은 구역이나 자치기관, 그 외 교회 모든 사역의 참여를 제한한다. 특정 성도와 가까워지면 본의 아니게 시기를 유발하게 되고 편 가르기 현상을 조장해 교회를 어려움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역자의 공식 심방 이외 개별 식사 교제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금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점검하고 강조한다. "목회자는 고독을 즐겨야 한다. 목회자가 사람 의지하지 않아야 교회가 평안하다."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군중과 만나고 식사를 즐기며 천국 복음을 전하셨지만 사역 이외의 시간에는 고독하게 지내셨다. 한적한 곳에 가서 혼자 조용히 기도하셨고 마지막에는 혼자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서 죽으셨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세상을 화목하게 하려고 외로운 중보자의 길, 슬픈 십자가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셨다. 교회의 평화를 위해 주님 가신 고독한 그 길을 묵묵히 뒤따르는 자가 목사 아니겠는가.

최성은 목사/독바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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