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섬김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10월 14일(월) 07:33
지난 10일 취재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의 빈민지역을 방문했다. 이들은 고가 밑에서 어른 한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의 판자집을 만들어 살아간다. 도로의 먼지와 소음에서 아이들은 연신 기침을 하거나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 위에 수상가옥처럼 말뚝을 박고 집을 지어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 한끼도 먹기 힘든 이들은 살기 위해 구걸을 하거나 아예 삶을 포기해버린다. 어린 아이들은 몸과 노동을 팔며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쳐 보다가도 가난의 굴레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일찌감치 꿈을 접는다.

그러나 빈들에서도 꽃은 핀다고 했던가. 쓰레기 더미 위에서 태어나 여전히 그 곳에 살고 있지만 꿈을 꾸는 소녀 크리스티나를 만났다. 소녀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다가 한국어로 "한국에 감사하다"고 짧게 인사를 전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카르타 기대봉사단 최원금 선교사가 세운 빈민학교를 졸업한 소녀는 최 선교사의 도움으로 사립중학교에 입학해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크리스티나가 신앙과 성적이 좋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나처럼 꿈을 찾고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이 빈민촌에 몇 명 더 있다. 빈민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은 "목회자가 되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고도 했다. '시궁창' 에서 어렵게 피어난 이 아이들의 꿈이 빈민촌을 바꾸고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꿈은 거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선교사의 헌신과 그를 돕는 사명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빈민학교 교사들은 모두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재원이지만 이들은 일상의 평범함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의 삶을 선택했다.

어쩌면 이들의 순수한 헌신이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교회는 복음을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제를 실천하는 곳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소외된 이웃을 섬겨야 하는 것도 예수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교회가 안팎으로 이토록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것도 이 같은 교회의 본질을 잊고 있었거나 애써 모른 척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편승해 이웃과 사회를 위한 공적인 역할이 아닌 내 것, 내 신앙, 내 구원에만 집착해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우리가 세상에 전해야 할 것은 웅장한 교회건물도 아니고 돈의 권력도 아니며 목회자의 권위도 아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배고픈 자들과 내 것을 나누는 것. 그 작지만 큰 헌신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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