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 논설위원칼럼 ]

안주훈 총장
2019년 09월 30일(월) 00:00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친구 말리의 인도를 따라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 사업가 스크루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먼저 죽은 친구의 인도를 받아 스스로의 모습을 살피기 전에 이 불쌍한 영혼은 자신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를 휘감고 있는 사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된 말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존심의 상처, 성공의 압박, 실패의 불안에 얽매여 있다. 막상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교육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고, 절대빈곤의 문제로부터 위협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배가 고픈 문제보다 남을 보고 배가 아픈 고통에 시달리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고, 스스로 삶을 끊는 사람도 많다. 그리스도의 복음의 증인된 교회는 이러한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사슬을 벗겨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세상을 향해 교회는 첫째, 성취의 쇠사슬에 매인 세상을 향해 자유를 선포해야 한다.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힐링과 치유라고 하는 단어였다. 이 어휘는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아야 할 만큼 많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사회도 교회도 성취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 역시 사회와 같은 길을 걸어왔다. 교회가 말하는 부흥은 곧 성도의 수의 증가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번영과 성장이라는 단어가 교회를 지배해왔고, 수적으로 성장을 시킬 수 없는 목회자는 무능한 목회자로 치부되었다. 막상 교회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서 예수님의 복음은 부차적으로 밀려났던 것이 아니었는지 성찰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의 성장이 벽에 부딪힌 오늘날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단어는 '진실'이어야 한다. 더 이상 성취의 추구가 아닌 복음의 진리가 교회에 울려 퍼져야 한다.

둘째, 인정의 욕구로부터의 자유를 선포해야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기를 바란다. 최근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SNS문화를 보면서 좋아요 수와 구독자수를 늘이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자신을 주목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영향력으로, 돈으로 환산하고 있다. 짧은 시간 강한 인상과 흔적을 남기려고 하다 보니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자극적인 말과 이목을 끄는 행동을 한다. 성경의 진리는 여러 사람의 주목을 구하기 이전에 한분 하나님 앞에 정직히 서는 것이 성도의 기본이라고 가르치신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 하기 전에 먼저 한 분 앞에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또한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인정해주는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사람을 대해 나가야 한다.

셋째, 불안으로부터의 자유를 선포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해하며 실패를 두려워한다. 오늘의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까닭 없는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받은 은혜에 자족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는 모습을 낳게 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무릇 실패조차도 인도하심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손 안에 놓여 있음을 믿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눈앞에 보며 만나와 메추라기의 은혜를 입으면서도 불안과 의심을 반복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평안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꾼으로 스스로를 내어드려야 한다.

성경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 뿐 아니라 멍에와 쇠사슬에 매여 있는 세상을 향해서도 그리스도의 자유의 복음을 선포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교회의 자유는 단순히 '세상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닌 '세상 속에서의' 자유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곧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세상이 자유하게 되는 환상과 비전을 담고 있는 말이다. 교회는 세상을 향한 자유의 복음의 선포자로 서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 더 이상 멍에와 구속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또한 세상을 향해서도 더 이상 썩어져 갈 구습에 종 노릇하지 말고 복음을 통한 자유에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음성을 발해야 할 것이다.

안주훈 총장/서울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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