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달라요

[ 현장칼럼 ]

이호은 목사
2019년 09월 30일(월) 00:00
대부분의 부부들이 결혼 초기에는 서로의 차이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제대로 된 부부교육과 상담을 받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온갖 민간요법(?)들을 사용하게 된다. "처음부터 남편 기를 확 꺾어놔야 돼!" "처음부터 밀리면 평생 끌려다녀야 한다!" "지금 그 버릇 못 고치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거야!" 등이 대표적인 부부관계의 민간요법들이다. 물론 일부는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부관계 행복을 위한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문적인 부부상담가들은 부부가 행복하게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여기서 부부의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생활습관의 다름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주제들(행복, 공감, 진심, 배려, 존중받음 등)에 대한 서로의 다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최근에 부부 상담을 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 아내가 화를 내며 남편을 비난했다. "저는 이 사람(남편)의 진심을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나는 당신의 진심을 알고 싶어."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의욕이 상실된 듯이 "지금까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잖아. 그런데 나보고 뭘 더 하라는 거야. 내가 이제까지 한 건 진심이 아니고 뭐야?"

아내는 남편의 진심을 알고 싶어 했고, 남편은 진심을 표현했다고 답했다. '진심'에 대해서 서로 뭔가 다른 그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물었다. "아내 분의 진심과 남편 분의 진심의 그림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아내 분에게 진심이라는 것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진심'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내 분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진심이라면 최소한 뭔가 표현에 힘이 실리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표정도 진지해야 하고 그런 거 아닌가요? 진심인데 어떻게 담담할 수 있어요." 아내 분에게 '진심'이란 에너지가 쏟아져 나와야만 확인할 수 있는 감정적 단어였다.

필자는 똑같은 질문을 남편에게도 했다. "남편 분에게 진심은 어떻게 할 때 드러나는 것인가요?" 남편 역시 처음 생각해 본 주제인 것처럼 고민을 하다가 "저에게 진심은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내가 원하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행동했었는데, 아내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부부는 이날 처음으로 '진심'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요구하고, 전했기 때문에 갈등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부는 매주 '배려받음, 존중받음, 공감받음' 등에 대해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하나씩 배워가며 날마다 행복한 부부로 성장해 가고 있다.

부부를 상담하는 현장은 날마다 전쟁터 한 가운데서 평화를 이루어내는 피스메이커와 같은 사역이다. 대부분 힘이 강한 배우자는 힘이 약한 배우자의 세계를 무시하고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이에 순응하면 식민지가 되고, 저항하면 끝없는 전쟁터가 된다. 삶의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서로가 어떻게 다른지를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배워간다면 훨씬 더 행복한 에덴의 부부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기억하자. 진심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이호은 목사/주안교회건강가정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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