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평범한교회

[ 목양칼럼 ]

최성은 목사
2019년 10월 04일(금) 00:00
올해 독바위교회에서 두 번째 안식년을 맞았다. 안식년은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숨고르기를 하듯 걸어온 길에 대한 반성과 걸어갈 길을 조정하는 목회 성찰의 시간으로 이해한다. 14년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목회자로서 미숙함과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새로운 시도와 좌절, 성장과 정체, 영적 갈등과 변화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격랑 속에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목회 소신 중의 하나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교회'이다. 부교역자 시절 '이게 아닌데',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던 것이 '특별'이다. 특별 새벽기도회, 특별 부흥회, 특별 집회, 특별 행사. 특별한 때 밀물처럼 참여했다가 이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을 보면서 하나님은 이벤트에 길들여진 영성이 아니라 일상의 영성을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는 왜 특별을 좋아할까? 특별한 일을 해야 특별한 성도와 특별한 교회가 된다고 믿는 것일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는 특별한 교회일까? 신약성경에 나오는 초기 교회들은 특별한 교회인가?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으면 특별하지 않은 교회인가? 이런 문제 의식과 고민이 목회 현장에서는 유효하지도 실용적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특별이라는 자극 요법을 애용하는 교회일수록 역동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회 성장이 멈춘 것 같을 때는 특별 처방을 하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삶으로 보여주신 영성은 하루 세 끼 먹는 집밥이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영성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매일 기도하고 매일 말씀 전하고 매일 교제하셨다. 똑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명과 사명을 다하셨다. 신대원 '영성과 목회' 과목에서 배운 "기독교 영성은 삶의 과정이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하루하루 이어진 일생의 삶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가는 과정이 기독교 영성이라면, 특별을 추구하는 현상은 현대 교회성장학과 맘모니즘 우상의 또 다른 폐해가 아닐까?

6년 전 발행한 독바위교회 45년사에서 독바위교회의 특징 세 가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독바위교회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는 교회, 야간 행사를 하지 않는 교회, 금식하지 않는 교회이다. 이 세 가지는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 돈과 명예를 아무리 많이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허사다. 갖가지 프로그램을 하려다가 병든 교회들이 많다. 특별 행사나 프로그램이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지키려면 매일 음식을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듯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매일의 삶 속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평안을 누리고 나누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추석 전 벌초 다녀오는 길에 아들이 말했다. "아빠, 사람 시선을 의식하는 비교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기 삶을 만족하며 사는 것이 참 행복인 것 같아요." 어제 점심 식사를 함께하던 교우는 말했다. "저는 요즘 한 끼 한 끼 먹을 때마다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은혜요 축복이요 기적이다. 새로 교회 오신 분들이 "독바위교회는 심야 특별기도회가 없습니까?"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매일 새벽예배 나와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세요."

최성은 목사/독바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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