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청년, 커쇼

[ MLB 커쇼가 사는 법 ] <5>

소재웅 전도사
2019년 09월 21일(토) 17:03
/커쇼 인스타그램
커쇼의 팀 LA다저스 홈구장에 가득찬 야구팬들. 이 모든 팬들은 커쇼를 향해 애정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보내고 있는 중이다.


# 그래도 기대가 되는 '내리막 길'

미국프로야구 투수 클레이튼 커쇼의 올해 성적은 9월 20일 현재 14승 5패, 그리고 평균자책점 3.05. 투수에 대한 분석이 점점 더 세밀해지는 현대야구에서 한해 14승을 올렸다는 건 굉장한 성적이다. '놀라운 재능들' 중에서도 '더욱 놀라운 재능들'만 모인다는 미국프로야구에서 10승이 넘는 성적을 올린다는 건 '성공'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커쇼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애매하다. 훌륭한 성적이긴 한데, 분명 의미 있는 성적이긴 한데, 그게 커쇼의 성적이라고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 거다. 매번 천만관객이 드는 영화를 만들던 감독이 500만 드는 영화를 만들면 마치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듯, 커쇼가 지난 10여 년 거둔 성적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커쇼의 지금 성적은 무언가 팬들에게 아쉬움을 준다. 게다가 커쇼의 상징이었던 '빠른 볼'의 속도는 전성기 때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 단순히 성적을 떠나 힘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다 보니 팬들은 커쇼를 향해 안타까운 시선, 혹은 답답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 선수에게 있어 전성기를 지나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건 엄청난 고통이다. 거의 매일 경기장에서 뛰던 선수가 서서히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서서히 팀에서 필요 없는 선수가 되어간다는 건 '스타 선수'들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할 필수적인 코스나 다름없다. 커쇼도 이제 막 이 시간에 들어선 셈이다. 올해는 한국인 투수 류현진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에이스 자리를 커쇼로부터 가져간 상황. 늘 팀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최고의 순간에는 어김없이 무대에 등장했던 커쇼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커쇼 스스로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클레이튼 커쇼와 그의 아내 엘런 커쇼가 공동 저술한 '커쇼의 어라이즈'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예상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내가 '나는 누구일까?'라는 오래된 질문과 씨름하는 동안 하나님은 내게 특별한 깨달음을 주셨다. 나는 인생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친구나 자아 혹은 개인의 정체성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원대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중략) 예수님 안에서 자기 자신을 확인하면 큰 평화와 단순함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경기를 망치거나, 나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읽어도 개의치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전부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실패와 비판은 단지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작은 신호일 뿐이다. 예수님 안에서 내 자신을 확인하면 나의 일상과 경기 그리고 인간관계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나는 누군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그 질문에 솔직해져 보자.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당신은 매일 이 질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답을 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질문을 예수님께 한다면 당신은 머지 않아 존재의 완전한 안식처를 찾게 될 것이다. 예수님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은 인생에서 깜짝 놀랄 만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천하의 커쇼라고 해서 어찌 지금의 상황이 자신에게 100% 자연스러울까. 그 역시 예전처럼 던질 수 없는 공과 '달라진 자신의 위상'이 불만스러울 때가 있을 거다. 그러나, 커쇼는 '커쇼의 어라이즈'를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좀 더 원대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중심을 두고 있다.

프로선수들은 오직 '성적'으로 평가 받는다. 아무리 인격이 훌륭해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며 미디어에서는 융단폭격을 쏟아 붓기도 한다. 반대로 실력이 좋으면 인격이 조금 덜 갖춰져도 주변에서 찬사를 보낸다. 선수들은 매일, 매주, 매달, 매년 자신에게 주어지는 성적표에 일희일비하기 쉽다. 성적으로 인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성적으로 인해 한없이 위축돼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의 세계다.

투수의 어깨는 사실상 소모품이다. 최전성기를 지나면 쓸 수 있는 힘은 떨어지고, 위력은 반감된다. 커쇼 역시 최전성기를 지나 서서히 내리막길을 지나며,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커쇼라면 '내리막길' 역시 기대된다. '좀 더 원대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 즉 하나님께 뿌리박은 그답게 '내리막길'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확인하며 살아갈 테니까.

이것이 바로 커쇼가 사는 법이다.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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