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종교개혁지를 찾아서

[ 4인4색 ]

박건영 장로
2019년 09월 18일(수) 10:00
2017년 10월 31은 독일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당시 부패한 로마 가톨릭 교회가 면죄부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오류를 지적하고 교회를 개혁하기 위하여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그 성교회 문에 95개조 논제를 게시한 날짜를 기준으로 5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이 되는 해, 중세 타락했던 구교(로마 가톨릭)와도 비교되던 개신교를 다시 개혁하기 위해, 한국 개신교는 종교개혁의 본질을 찾아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었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주안교회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2018년 6월에 유럽 종교개혁의 성지들을 찾아가며, 체코 얀후스, 독일 마르틴 루터, 스위스 울리히 츠빙글리, 프랑스 장 칼뱅의 역사적 행적을 따라가며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 지 점검하고 다짐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평신도대학원 31기 2학년 성지순례의 원래 계획했던 곳은 이스라엘이었지만, 원우들의 바람으로 이스라엘 대신 유럽 종교개혁지 4개국(체코, 독일, 프랑스, 스위스)으로 변경하였고, 9월 10일부터 8일간의 일정으로, 결국 1년 전 방문했던 종교개혁지 현장에 다시오게 되었다. 1년전 종교개혁지 현장을 가득 매웠던 한국 순례자들의 행렬은 급격하게 줄었고, 필자의 기억으로는 인산인해로 등떠밀려 다니며 가이드의 깃발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을 재촉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 낮설다. 그나마 필자가 현재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곳 스위스는 츠빙글리가 1519년 1월 1일, 취리히 그로스뮌스터교회에서 마태복음 첫 설교를 한 날을 스위스 종교개혁의 원년으로 보기에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이 되는 해라 그런지 현지인들의 방문이 많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된 예배가, 종교개혁을 이루기 위해 여러 전쟁을 치루고 목숨을 바치며 얻어진 값진 결과이기에 하나님께 직접 나아가 기도하며 예배하는 이 하나만으로도 감격이었는데, 다시 둔감하고 무덤덤한 일상으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 치열한 자기 반성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주님 주신 사명을 위해 맹렬한 진격이 필요할 때, 세상 풍조와 즐거움에 눈을 빼앗긴 탈영병과 같이 된 것은 아닌지!

수많은 종교개혁 500주년기념 행사와 선언과 다짐이 있었는데, 우리는 과연 바람직한 변혁을 이루었을까? 중세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의 95개조 논제는 면제부의 부당성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기득권을 누릴 수도 있었던 종교개혁자들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성경에서 발견한 진리를 위해, 그리고 그 진리의 지식이 없어 그릇된 길로 인도되는 민중들을 깨우쳐 진리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오히려 죽을 수 있는 길을 기꺼이 택하였다.

지금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면제부와 같은 죄악이 무엇인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깨어있는 신자는 알고 있다. 다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렬한 자기비판과 온전한 진리를 향한 용기가 있는 가의 차이가 변혁을 이룰 수 있는 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 제네바한인교회에서 예배와 성찬식을 종교개혁 후 만들어진 순서대로 진행하였다. 종교개혁의 핵심 요소인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의 제목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 고원석 교수가 말씀을 전하였고, 김현애 목사가 세례언약 재확인과 성찬식을 집례했다. 다시금 성경을 온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구원은 예수님 십자가 구속의 은혜로 말미암아 거저 주어진 것임에 감사드리고 특별히 세례언약재확인을 통해 "나는 세례 받았습니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입술로 다시 시인했다. 성찬식에서 떡과 포도주를 받음에 성령의 감동이 크게 임하였다. 이제 다시 스스로 종교개혁을 다짐하고, 자성하며 예수님 제자되기를 소망한다.



박건영 장로/주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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