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의 열망, '탁월함'을 향하여…

[ MLB 커쇼가 사는 법 ] <3>

소재웅 전도사
2019년 09월 09일(월) 13:19
미국프로야구 LA다저스의 전설적인 왼손투수 샌디 쿠팩스(오른쪽). 탁월함을 향한 끝없는 열망으로 샌디 쿠팩스의 뒤를 잇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왼쪽).
# 하나님이 주신 재능, 소홀히 여기지 않아

미국 프로야구(MLB)에서는 종종 '구종(투수가 던지는 공의 종류) 가치'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수치로 측정한다. 쉽게 말해 특정 투수가 던지는 공이 타자들에게 얼마나 위력이 있느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측정값이 바로 구종 가치다. 구종 가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공을 한 개만 가지고 있어도, 투수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류현진이 즐겨 던지는 '체인지업'은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최정상에 해당하는 구종 가치를 가진 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류현진이 현재 맹활약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클레이튼 커쇼는 어떠할까. 커쇼는 3가지 구종을 주로 던진다. 먼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구, 즉 투수의 손을 떠나 거의 직선(물론 직구 역시 세부적으로 나누면 여러 구종으로 나뉠 수 있으며 엄밀히 따지면 당연히 직선으로만 가진 않는다)으로 포수의 글러브를 향해 가는 구종을 던진다. 그리고 직구 외에도 두 개의 공, 슬라이더와 커브를 위력적으로 구사한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공(커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공(슬라이더) 모두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공, 즉 커브볼의 경우 커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구사한다.

야구라는 운동은 축구나 농구에 비해 좀 더 섬세한 종목이다. 특히 투수의 경우 '손'으로 작은 공을 던져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공을 만질 때 손바닥과 손가락의 감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나 공에 있는 실밥에 손가락을 얹은 채 손가락의 위치를 바꿔가며 공의 움직임에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에, 투수는 공 하나하나에 엄청나게 집중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탁월함을 향해 가는 투수'와 '탁월함에 이르지 못하는 선수'가 나타난다. 이건 단순히 재능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 나만의 구종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정신적인 압박감을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반복되는 신체적인 연습과, 정신적인 훈련을 통해 '탁월함'에 이를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프로야구의 세계인 것이다.

레너드 코페트 '야구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레너드 코페트는 투수가 공을 던진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피칭에 관한 두 번째 기본 사항은 '투구는 인체 구조상 매우 부자연스러운 동작'이라는 점이다. 수천만 년에 걸쳐 진화해 온 인간의 팔은 두어 시간 동안 어떤 물체를 최대의 힘으로 150회씩이나 반복해서 던져도 견뎌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던지는 오버핸드스포 모션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동작에 역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1960년대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샌디 쿠팩스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1966년 시즌을 마치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나이 불과 서른이었다. 수많은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은퇴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팔꿈치 통증을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수들이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행위는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행위인 셈이다.

커쇼는 현재 누구보다 강렬한 '탁월함을 향한 열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고 있다. 동료들조차 질려버릴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내는 훈련 루틴 속에서 커쇼는 10년이 넘게 소속팀에 승리를 가져다 주고 있다.

탁월함을 향한 열망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 즉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재능을 하찮게 여기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재능이 너무 없다고 여기거나, 내가 가진 재능은 누구에게나 있는 재능이라고 여긴다. 커쇼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수많은 압박과 좌절 속에서도 계속해서 자신만의 공을 다듬고 다듬었다. 탁월함을 향한 열망은 천박한 욕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건 내게 주어진 재능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절정의 기량으로부터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 커쇼지만, 여전히 그는 탁월함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이 누구로부터 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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