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투성이 초보 목사

[ 목양칼럼 ]

전재훈 목사
2019년 09월 06일(금) 00:00
목회를 하다보면 다양한 실수를 하곤 한다. 주보에 마가복음이 마기복음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축도하려다가 실수로 주기도문을 하기도 했다. 설교문 원고를 작업하다 파일을 날려서 애를 먹기도 하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새벽예배를 빠지기도 했다. 찬송가 3절을 건너뛰는 건 물론이고 중간에 다른 찬양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한번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부르다가 실수로 "나 주의 이름 높이리, 주의 이름 높이리, 파란 하늘 끝에서 자유롭게 주의 이름 높이리"라며 다른 노래를 섞어 부르기도 했다. 동기 목사의 경우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리라'를 부르다가 실수를 했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사막에 꽃이 피어 향내 내리라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또 다른 동기는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를 찬양하다가 2절과 3절이 헷갈렸다고 한다. 그래서 2절을 '못된 짐승 노래하는 아침과'라고 부른 후 3절을 '예쁜 새들 나를 헤치 못하고'라고 불렀단다. 어떤 목사님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찬양 실수는 애교일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개척교회 목회 초년병 시절, 목사안수를 받고 첫 성찬식과 유아세례식을 할 때였다. 전도사님은 부재중이었고 아내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느라 홀로 성찬성례전을 준비해야 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다. 성찬식에 쓰일 빵과 포도주를 사고 유아세례증서를 준비했다. 성찬성례전이 들어간 주보를 새로 만들어야 했고, 성찬집기들도 깨끗이 닦아 놓았다.

교회학교를 마친 후 차량운행을 하고 예배 준비에 들어갔다. 온 몸이 초긴장상태다. 설교와 성찬예식, 그리고 유아세례식까지 순서와 멘트가 서로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머릿속을 헤매고 다녔다. 막상 단상에 올라가니 강대상에 성경책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성경책을 꺼내오고 예배를 시작하려는 순간 사모가 넥타이 매는 시늉을 한다. 너무 정신이 없는 나머지 넥타이도 매지 않은 채 올라온 것이다. 성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강단을 내려와 넥타이를 매고 올라가 간신히 예배를 시작했다. 순서라도 틀릴까 싶어 주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설교도 원고를 읽는 수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유아세례식을 진행했다. 세례 받을 아기와 부모를 강단 앞에 세우고 세례문답까지 마쳤다. 이제 세례만 베풀면 되는데 세례반 뚜껑을 여는 순간 머리가 하얘진다. 세례수가 없었다. 수돗물로 세례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해 생수 한 병을 사가지고 온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은 것이다. 부모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세례 주기만을 기다리는데 그만 헛웃음이 나고 말았다. 내 웃음소리에 모든 교우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세례수가 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례반을 거꾸로 들어 보이니 아내가 눈치를 채고 물을 떠다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례와 성찬을 마치고 어설프게 예배까지 마쳤다. 세례 받은 아기 부모가 와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목사님, 평생 잊지 못할 세례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재훈 목사/발안예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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