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로회 특강 '한반도 평화의 길'

[ 여전도회 ]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발제

한국기독공보
2019년 08월 29일(목) 11:07
여장로회 제22회 정기총회 특강 : '한반도 평화의 길'

1. 한국사회의 영적(靈的) 상황

모든 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나라의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GDP가 얼마냐, 최신 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등 여러 가지 물질적인 지표로 표시된다. 그러나 그러한 경제력, 군사력 등을 생성해내고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잘 작동되느냐 마느냐는 그것을 움직이는 지도자와 국민 개개인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생각들의 밑바닥에서 그 생각을 떠받쳐주는 영적인 상태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맨 밑바닥의 영적인 기반이 흔들리면, 그 나라의 작동 시스템이 흔들리고 그 위의 물질적 기반이 흔들리고 결국 쇠망을 길로 간다. 그래서 결국 한 나라 역사의 흥망성쇠는 그 사회의 영적인 상태를 반영한다.

한국 사회의 영적인 상태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저는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교회는 한국의 미래 희망이자 최후 보루다. 아무리 나라가 힘들고 그래도, 교회가 제 역할을 할 때 한국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장통합 여장로회의 사역은 단순히 한 교회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세태는 너무나도 물질주의가 지배한다. 모든 것을 돈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예를 들어 심지어 통일문제도 돈이 얼마나 드느냐부터 따지고, 내 먹고 살기도 힘든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는 식의 세태다. 1960년대 이후 가난 극복을 위해 '잘 살아보세' 하면서 온통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몰됐다. 그래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왔는데 문제는 삶의 근본을 잊어버리게 됐다. 무엇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인지, 이제 근본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할 때다.

교회와 믿는 사람들이 말씀의 굳건한 토대 위에 서서 세상에 본을 보임으로써 한국 사회 전체가 성찰하고 반성하게 인도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말씀에 입각한 새로운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나 통일문제까지도 새로운 안목을 제시하고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마태복음 5:9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참 깊은 뜻이 담긴, 그러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말씀이다.

2. 구심력 강화와 한국교회 - 통일의 영적 차원

구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남북 사람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 긴요하다. 그런데 남북 간 사람의 결합은 영적 차원의 문제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남북 주민들 간의 통합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말씀이 개입하게 되는, 그리고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웃사랑 (마 22:39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을 통해서 남과 북의 사람과 사람 간의 통합을 추구하는 역할이다.

서독 정부와 주민들은 '통일'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동독 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꾸준히 지원했다. 이것이 통일을 향한 구심력 강화를 낳았다. 우리는 말로 통일은 크게 외치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지원하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북한의 '정권'을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핵화 노력은 우리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인간적 삶을 지원하는 노력을 중단시키지는 말았어야 했다. 예를 들어 북핵 문제로 당국 간의 관계는 단절되어도 교회 및 민간 단체의 인도주의적 지원 채널은 끊지 말아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와 교인은 '이웃 사랑'의 계명 차원에서 북한주민 및 탈북민 지원에 대해 한국정부와 사회를 향해 강하게 적극적으로 발언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교계로부터의 그러한 문제제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3.한국 교회의 과제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신주의(物神主義)를 배격하고 말씀에 입각한 통일관을 재정립해야 한다. 독일 2012년 슈피겔지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돈 이야기부터 꺼내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한국교회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이웃 사랑'에 근거한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른바 좌우, 보수진보 등 세상적 '이념'을 초월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으니 고통받고 있는 북녘의 '사람'을 보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개 교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 교단 간 연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교회의 단합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니까 말씀에 기반한 메시지를 정부의 정책에 반영시킬 수가 없다. 또한 과거 북한 당국은 대북지원 단체들을 상호 분열시키면서 교묘하게 활용했다. 따라서 교회, NGO, 사회단체, 정부 간에 보다 효과적인 대북 협력을 위한 정보교환 및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3만 여명 탈북주민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의 역량이 커져야 언젠가 2500만 북한 주민들을 품어 안는 통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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