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도회 연재 '널다리골'

[ 여전도회 ]

한국기독공보
2019년 08월 29일(목) 18:23
마지막으로 살펴볼 문제는 바울이 여기에서 머리 의상의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바울은 두 가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남자가 무엇을 쓰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경우(4절)와 여자가 머리에 쓴 것을 벗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경우(5절)이다.

이것은 당시 로마 의상을 고려할 때 이해될 수 있다. 당시 남자들은 모자가 아니라 당시 남자들의 겉옷이었던 토가(toga)의 뒷부분을 당겨서 후드처럼 머리에 씀으로 머리를 가렸다. 특별히 이것은 종교적인 기능을 담당하였던 사람의 일반적인 차림새였다. 남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기독교 예배에 이교도의 의식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아 자신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리비의 기록 (Livy, 10.7.10)에 따르면 남자는 제물을 바칠 때와 제물의 내장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예언을 할 때 머리를 수건으로 가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관습은 제사 때에 순서를 맡아 제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머리를 가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자들이 머리에 수건을 쓰는 것은 이교도의 종교의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의 경우엔 정반대의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머리에 쓰지 않은 여성들은 미혼여성이거나 과부이거나 매춘부였다. 결혼한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가렸다. 기혼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가리지 않는 행위는 자신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매춘부의 인상을 풍기는 행위였고, 무엇보다 자신의 남편을 욕되게 하는 행위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남자가 머리에 무엇을 쓰는 것과 반대로 여자가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이러한 바울의 가르침은 당시 고린도 교회의 상황을 전제할 때 이해되고 수용될 수 있다. 교회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 권면했던 요구사항이다. 이 가르침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 단락 마지막 부분에서 남성 위주의 일방적인 해석과 적용이 되지 않도록 보완적인 진술을 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음이라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느니라" (고전 11:11~12). 남성의 우위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다'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모두 서로 보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고전 7:4 참조).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돕는 배필'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것에 대한 통치권과 주권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권위와 질서는 하나님의 통치와 통제 아래 있을 때에만 온전할 수 있다.

이것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놀라운 선언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하나다" (갈 3:28)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예배 가운데 여성의 활동을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울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여성을 비하하면서 예배 시 여성들이 기도하거나 예언하는 것을 금한 것이 아니라 기도나 예언을 할 때 단지 머리를 단정히 하여 그 일을 수행하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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