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도 한 송이 꽃은 피어난다

[ 목양칼럼 ]

이광현 목사
2019년 08월 23일(금) 00:00
팀 켈러는 저서 '센터처치'를 통해 도시에서의 복음적 교회개척 운동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가장 좋은 선교전략이기 때문이다. 실제 교회개척 현장의 목회자들에게는 어떤 누구보다 간절한 한 영혼 구원에 대한 사명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일과중 점심시간은 이런 고민을 가장 증폭시킨다. '오늘은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그곳에서 섬기는 분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감사하게도 최근 어느 분식점 사장님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다. "목사님, 현재 막내 동생이 암 투병 중이에요. 기도해주세요." 사장님은 아직 비신자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나누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날도 한 식당을 찾았다. 돌솥비빔밥을 주문했고, 잠시 후 사장님이 음식을 갖다 주셨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폭염경보였다. '불 앞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러는 찰나 사장님이 말을 건넸다. "목사님, 오늘 날씨가 덥네요. 목사님네 아이들 밖에 나가서 놀면 안되겠어요." 내심 조금 당황스러웠다. 먼저 이야기를 건네려고 했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게다가 사장님이 4형제를 둔 우리 가정을 걱정해주시는 게 아닌가? "네 몸과 같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방향이 바뀌었다.

식당을 빠져나오는데 지나치기 어려운 장면이 목격됐다. 상가교회를 개척한 후로 줄곧 느끼는 일이다. 이 건물은 작아서 관리인도 없고 관리비도 최소한만 지출하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공공의 영역을 청소하거나 정돈하지 않으면 항상 그대로다. 그런데 주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렸다. '그냥 둘 거야?' '해야죠.'

주차장의 반은 어제 내린 빗물에 잠겼다. 수많은 붉은색 유충들이 물속에서 꿈틀거린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담배꽁초들도 눈에 띈다. '잠깐 치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일은 시작과 함께 온몸을 땀범벅으로 만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건물 주변을 다 청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아스팔트와 하수구 등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쓸어 담았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아주 낯선 지점에 눈길이 멈추었다. 악취가 올라오는 하수구 스크린 옆과 보도블록 사이. 그곳에 풀 두 포기와 분홍색 꽃을 피운 작은 채송화 한 송이가 있었다. '어떻게 이런 장소에, 폭우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쁜 꽃이 필 수 있을까?' 그때였다. 속에서 다시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다. '얘야 힘들지? 땀 흘리며 수고가 많네. 한 영혼 구원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염려하지마. 언젠가는 이런 역경 속에서도 꽃은 필테니.' 그리고 이 말씀이 생각났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20).

이광현 목사/의정부 뉴시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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