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과 새벽을 여는 '베델인력' 소장 민동인 목사

[ 이색목회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8월 09일(금) 18:12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베델인력'. 최근 그 인력사무소가 마을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면 단위 작은 마을의 인력소 때문에 다양한 일자리가 늘기 시작한 것이 이유이다. 마을 주민들은 "베델인력 덕에 주민들이 다양한 일을 구하며 수익도 냈다"고 연신 감사했다.

그런 베델인력은 주일이면 문을 꼭 걸어 잠근다. 관광 명소라서 주말에야 일자리 알선이 많지만 '주일에는 절대 문을 열지 않는다'는 뚜렷한 주관을 가진 소장을 의아해 하면서도 그에게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 일감을 알선하고 5시 즈음 홀연히 떠나버리는 소장. 여느 소장답지 않게 거칠지 않았고, 얼굴엔 언제나 미소가 넘쳤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친절함은 때론 낯설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 땀 흘리며, 다양한 고민에 말 친구, 상담사가 되어주는 소장을 사랑하지 않는 건 마을 주민들에겐 유죄와도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소장답지 않은 소장만 보면 마을 주민은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고 했다. 존중과 사랑의 마음 또한 풍성해졌다. 얼굴만 마주쳐도 부끄러운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며 잔잔한 미소까지 보였다.

"베델인력 소장, 참으로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이래요. 절대 돈 떼먹지 않을 사람이래요. 그런데 매일 새벽 일을 알선해 주고선 혼자서 어디론가 떠나고, 일요일에는 통 얼굴도 볼 수 없어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이처럼 봉평 주민이 바라본 소장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혹여나 마을 주민들은 친절하고 정직한 소장이 예수님 잘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역시나 눈치 빠른 주민은 소장의 행동거지, 인력소 명칭만 보고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를 소장 대신, 목사로 부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사랑과 존중을 한 몸에 받는 소장, 그는 목사다. 평양노회 전도목사, 민동인 목사는 그의 사역지 베델인력에서 특별한 목회를 진행 중이다. 일부 동역자들이 사역의 범위를 놓고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민 목사는 인력소 사역에 순수한 복음의 의미를 담아 열심을 내고 있다.

"새벽 4시 30분 주민들에게 일감을 알선하고 5시 30분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갑니다. 인력 사무소 때문에 새벽예배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은 없어요. 주민들에게 목사 신분을 직접 밝히진 않지만 주민들이 저를 통해 교회와 기독교를 본다고 확신하며 목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울 지역에서 위임목사로 사역하던 중 가정사로 인해 강원도 봉평에 아내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트게 된 민동인 목사. 그는 성도들의 헌금을 통해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교회의 구조를 탈피하고자 자비량 목회 계획을 세웠다. 그 대안이 친인척이 운영하던 인력사무소였다.

"인력사무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의 자격이 있어야 해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소유자는 가능했기에 조카가 운영하던 인력사무소를 제가 인수했죠. 또 아내의 고향이 이곳 봉평이어서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돼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민 목사는 지역 교회와 동역자의 협력과 배려로 인력사무소 인근 작은 마을에 '벧엘중앙교회'라는 아담한 예배당도 설립했다. 성도 늘리는 목회가 아닌 지역 사회에 잔잔히 복음을 전하고 주민을 위한 마을목회로 방향을 전환했다. 즉시 노회에 자립을 선언했고, 자비량 목회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이미 지역 안에 자리 잡은 마을 교회에는 부담이 되지 않고자 전도하지 않는 교회가 되기로 다짐했다.

민동인 목사는 "평창 동계 올림픽 전후로 지역에 건축 사업에 다양한 인력이 필요했죠. 또 농촌 일손 부족으로 농업을 도울 인력, 관광지 펜션 등 숙박 시설에 필요한 인력이 필요해 그 일터와 인력을 알선하는 일들을 감당했다"며 "앞으로도 베델인력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 달 평균 30~40여 명이 베델인력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다. 일감이 많은 주중에는 민 목사도 아내와 함께 새벽예배를 드리고 건설현장, 펜션 등에서 땀 흘린다. 하지만 일감이 적은 평일에는 신앙이 없는 지역 주민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 어르신들을 케어하고 주거 환경 개선 등 가정의 어려움을 돌보는 복지사 역할도 병행 중이다. 그래서일까. 민동인 목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목사는 처음 봤다. 요즘 보기 드문 괜찮은 목사다'는 듣기 좋은 칭찬을 받는다고 했다.

최근 베델인력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에는 러시아 노동자 2명이 민 목사의 소개를 받아 인력사무소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민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통한 해외선교 방안도 새롭게 모색 중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신앙으로 잘 양육해 자국에서는 복음의 씨앗이 되도록 하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베델인력이 입소문 나면서 민 목사가 큰 수익을 낼 거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민 목사의 실제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민 목사 또한 인력사무소를 통해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렸다. 민 목사는 "돈을 벌려고 마음 먹으면 외국인 노동자 알선 등 인력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돈의 유혹에 넘어지면 목회적 균형을 잃게 될까 봐 걱정된다. 그래서 오히려 수입이 많지 않도록 자제하고 절제하고 있다"며 "교회와 인력사무소 운영비 40만원을 포함해 월 150만원 정도의 수익이면 감사할 정도의 생활은 된다"고 전했다.

한편 민 목사는 목회자의 전문성 강화와 이중직 등 다변화된 목회 사역과 관련해 현장 목회자로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중직 등 목회가 다변화될 때 양보와 타협이 요구될 수 있다"며 "하지만 목사는 손해를 보고, 유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성직자로서 지켜야 할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내가 새벽예배를 지키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강조했다.

민 목사는 베델인력을 통해 하나님의 일꾼들을 세워나가는 것이 가장 큰 비전이라고 인력사무소 문을 또 다시 걸어 잠궜다. 그리고 마을 주민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주민들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또 그들을 거룩한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세워나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비전입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제 사역을 통해 조금씩 회복되고 변화될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임성국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