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과정을 보라!

[ 커리처럼 승부하라 ] <14>

소재웅 전도사
2019년 08월 10일(토) 09:00
/ 출처 스테판커리 인스타그램


# '들어가지 않아도 안 던지는 것보다는 낫다'



지난 2018~2019시즌 NBA(미국프로농구) 결승 6차전, 스테판 커리의 마지막 3점슛이 빗나가며 커리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3연패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감독은 커리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를 격려했다. 슈팅 관련 수많은 기록들을 세우고 있는 커리(한 시즌 최다 3점슛 기록과 플레이오프 개인 통산 최다 3점슛 기록 보유)지만, '자신의 빗나간 3점슛' 때문에 쓰라린 밤을 보내야 했다.

축구든 농구든 공을 가지고 슛을 쏘는 종목의 경우 '슈팅'이야말로 경기 중 벌어지는 최고의 순간이다. 수비와 공격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팬들이 가장 집중하는 순간은 선수가 공을 들고 슛을 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슈터는 주목받는 것 이상의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수비하여 공을 빼앗아 슈터에게 연결했는데 슛이 빗나가는 순간, 공들인 수비는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고로, 슈터는 어느 정도 대범해야 한다. '뭐, 한두 골 안 들어가면 좀 어때. 다음에 넣으면 되지'라는 식의, 얼굴이 좀 두꺼워질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게 쉬울 리 없다. 아무리 훌륭한 슈터여도 슛이 연달아 빗나가는 순간, 심장이 쪼그라드는 경험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슈팅을 멈추는 순간, '슈터'로서의 정체성은 무너진다. 그렇다면, 커리가 슈팅에 대해 품고 있는 철학은 어떠할까? 국내 최고의 농구전문기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대범 기자가 지난 5월 출간한 '재밌어서 밤새 읽는 농구 이야기'에는 슈팅에 대한 커리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그 부분을 인용해본다.

커리는 경기 중 10개의 3점슛을 던지길 주저하지 않는다. 설사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안 던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나간 슛은 잊으세요. 더 많은 찬스가 올 테니까요"라고 조언하며, "중요한 것은 내가 넣었는지가 아니라, 그 슛이 우리 팀이 원하는 대로 이뤄졌는지에 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즉 항상 슛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동료들이 인정할 만했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커리의 이야기는 비단 농구라는 종목 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조망해보게 만든다. 비록 슛이 링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슛을 쏘기까지 동료 간의 움직임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그 슛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슛이 멋있게 들어가더라도 슛을 쏘기까지의 과정이 엉망이었다면, 행여나 슈터 혼자 독불장군 식으로 공을 소유하며 쏘게 된 슛이라면, 그건 별로 좋지 않은 슛일 수 있다는 거다.

특출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우글거리는 미국프로농구의 경우, 슛을 난사하는 슈터들이 늘 존재해왔다. 그들은 마치 "이 게임의 주인공은 나"라고 외치듯, 공을 독점하며 과할 정도로 슛을 난사하곤 했다. 그들은 뛰어난 개인 기록에 비해 팀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선수들이었다. 커리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네이버에 NBA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염용근 기자는 커리를 두고 "농구 패러다임을 21세기에 맞춰 재조정한 NO.1 3점슈터"라는 표현을 썼다. 3점슛 거리 자체를 비약적으로 늘려버리며, 농구 팬들의 판타지를 채워준 커리의 중심에는 '슛을 쏘기까지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그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뛰어난 슈터들에게 따라다니곤 했던 물음표가, 유독 커리에겐 따라다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구장에서 신약성경으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러한 말씀이 등장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 2:3)

허영에 가득찬 사람은 공동체의 조화를 깨뜨리기 쉽다. 바울의 이야기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볼 때, 공동체는 건강하게 세워지기 시작한다. 또한 허영에 가득 찬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려고 발버둥친다. 그것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場) 중에 하나가 바로 스포츠 경기. 커리라고 그런 '허영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리 없다. 그래도 커리는 동료들과 주고받는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슈팅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느낌이다.

커리로부터, 또 한수 배워본다.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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