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여행

[ 잘가르치는교회 ] 17

이의용 교수
2019년 07월 31일(수) 00:00
어린 시절 부모 손잡고 교회 나가기 시작한 사람들 중에 평생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주변을 살펴보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중간에 특별한 계기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선교와 전도가 필요한 이유다. 반면에 중간에 교회를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좋은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신앙생활을 얼마나 오래 했느냐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금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진리)을 깨닫고 그대로 사는 사람이다. 교인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말씀을 깨닫고 그대로 사는 A형, 말씀은 많이 아는데 삶은 그에 미치는 못하는 B형, 그리고 아직 말씀을 잘 알지 못하는 C형이다. 문제는 B형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이 유형에 해당할 듯하다. 교회생활을 오래 해서 성경이나 교회에 대해 아는 것은 많은데 정작 그리스도의 삶을 살지 못한다. 왜 이런 유형이 많을까?

교과서는 인생의 길을 안내해주는 지도다. 학교에서는 그 지도의 내용을 일정 기간 가르치고 배우면 끝난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교회교육은 졸업이 없는 평생교육이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습득했느냐가 중요하지만, 교회교육에서는 성경지식을 얼마나 '깊이' 깨닫고 그걸 삶으로 나타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교회교육의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고, 성경은 거기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지도다. 지도 내용 익히는 것과 실제로 여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교회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교회교육이 과연 지식의 '습득'을 넘어 말씀의 '체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성찰해보면 좋겠다. 또 여행은 안 해보고 지도만 가르치면서 수료증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보면 좋겠다. 나아가 그 수료증의 두께를 마치 그의 신앙 경력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 중에 B형 교인들이 적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교회교육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알아야 행하는 건 맞다. 그러나 말씀은 행해 봐야 제대로 알게 되기도 한다. 많이 가르쳐야 교회교육이 완성되는 걸까? 성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순교자가 사라졌다는 탄식은 무얼 의미하는가. 교인들에게 지도만 가르치지 말고 여행도 해보게 하자. 지식만 가르치지 말고 삶도 가르치자. 그래야 B형, C형 교인이 A형으로 변하지 않을까.

이의용 교수/국민대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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