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내일 또 교회에서 보자!

[ 목양칼럼 ]

임민성 목사
2019년 06월 28일(금) 00:00
토요일 아침 6시 45분,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아내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다. 새벽기도회도 없는 토요일은 아침 늦게까지 편히 자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울리는 아내의 핸드폰 소리 때문에 필자는 깨고 말았다. 짜증 1단계다. 약간 감정 섞인 목소리로 "알람을 빨리 끄세요"라고 아내에게 말하고는, 다시 눈을 감아 본다. 하지만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짜증 2단계다.

그런데 아내의 핸드폰은 알람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 때문에 울고 있었다. 전화기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 교회학교 초등부 아이였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를 걸만큼 아이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일까?' 짜증은 어느 새 사라지고, 불안과 초조한 마음으로 아이가 무슨 말을 할지를 필자도 귀 기울였다.

"선생님, 전데요! 오늘 교회 토요모임 있죠? 교회 가는 것 맞죠? 몇 시에 우리 집으로 교회 차가 오나요? 교회 가려고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다고요!" 아이가 아내에게 하는 말을 다 들었다. 걱정과 염려의 마음이 순식간에 짜증 3단계로 바뀌고 만다.

교회 차가 그 아이의 집에 도착하기 3분 전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그새를 못 참고 또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어디세요? 더 빨리 오시면 안돼요?" 겨우 참고 있었던 짜증이 끝내 폭발하고 만다! 아이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니, 잡고 있던 차량 핸들커버에 괜한 화풀이를 한다.

우리 교회는 매주일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출석한다. 한 달에 2번 이상 갖는 토요모임에는 10여 명 이상의 아이들이 교회로 찾아온다. 아이들의 집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다. 도시처럼 버스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각자 집에서 교회차로 태우고 교회로 데리고 오는 데에만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왕복으로는 2시간이다. 솔직히 주일을 하루 앞둔 토요일은 목회자에게 제일 예민한 날이 아니던가? 투덜대고 싶은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교회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교회 교육관 안에서 열심히 뛰어 다닌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곳곳에서 '까르르' 웃음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고학년 아이들 몇몇은 BTS 영상을 틀어놓고는 안무를 열심히 따라한다.

이른 아침 전화의 주인공 아이에게 필자는 물어본다. "너는 교회 오는 게 그렇게 좋니?" "네, 좋아요!" 옆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집에 있으면 심심한데, 교회 오면 친구들을 만나 땀이 실컷 나도록 뛰어다녀서 좋다고 한다. 형 누나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떡복이, 순대 간식을 먹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 교회가 아이들에게 날마다 큰 선물을 매주 주는 것도 아니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렇다. 이 곳의 아이들은 친구가 그리웠던 것이다. 특별히 사람의 '사랑'을 아이들은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사랑받고 있음을,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이곳 '교회'에서 확인하며 깨달아가고 있었다. 교회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또한 예수님 말씀처럼 남에게 사랑받고 남으로부터 사랑하는 것을 배우며 실천하는 '작은 천국'이었다.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차를 탄다. 이런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짜증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교회 차에 내려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필자는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인사하였다. "안녕, 애들아! 내일 또 우리 교회에서 보자!"

임민성 목사/홍성 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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