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원로 "전광훈 목사 행태 신앙적 공공성 왜곡하는 것"

진·보, 교파 초월한 한국교회 원로 '전광훈 행태' 우려 성명 발표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6월 20일(목) 09:11
"교회와 교회 기구를 정치화하는 전광훈 목사의 행태는 교회의 신앙적 공공성을 왜곡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교파를 초월한 한국교회 원로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의 발언에 우려하고 분노하며 자신의 욕망에 교회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증경총회장 김영태 목사와 예장 합동 전 총회장 장차남 목사, 예장 고신 전 총회장 이용호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회장 전병금 목사, 한국구세군 박종덕 전 사령관, 기성 전 총회장 이정익 목사,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조병창 목사, 대한성공회 전 의장 박경조 주교,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목사 등 31명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1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원로들은 '크게 염려하고, 크게 통회합니다'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한기총은 기독교의 대표성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한기총 내부에서도 전 목사의 언행을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이 사태는 결국 주로 전 목사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극단적 적대적 이념이나 신념을 신앙과 뒤섞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고, 그것은 기독교의 복음을 훼손하고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교회기구를 정치집단화의 발판으로 삼는 전광훈 목사의 행태는 더욱 강도 높게 비난했다. 원로들은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화신인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가도록 부름 받았기 때문에 정치집단화한다면 그것은 기독교의 퇴락이고 존재 근거인 복음에 대한 배반"이라며 "현실 정치인이 되려거나 정치정당으로 활동하고 싶으면, 정직하게 세속 정치의 욕망을 밝히고, 본인의 목사직도 내려놓고, 교회 연합기구를 탈퇴하고서 한 개인으로서 소신대로 정치행위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원로들은 전광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한기총의 사태 해결과 갱신도 촉구했다. 원로들은 "한국교회 대표성은 하나의 기구에 있지 않다. 다들 각각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한기총은 대표성이 현저히 약화되었다"며 "한기총이 전광훈 목사 사태를 속히 해결하고, 갱신하여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원로들은 정치권이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삼는 행태를 심각하게 우려했다. 원로들은 "종교의 정치화와 마찬가지로, 정치의 종교화 내지 종교집단화도 불가하다"며 "정치세력들이 종교를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은 경계되어야 한다"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역설적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는 복음에 충실한 신앙인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원로들은 "우리 기독교는 정교분리를 교회로 하여금 교회 되게 하는 바탕으로 삼아, 세상에 소금이 되고 빛을 비춰주는 구원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말씀으로 돌아가 세상을 보고, 하나님 나라의 안경으로 세상의 정치와 역사를 살피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세상 살림살이에 기본가치로 기능하도록 선교와 봉사의 길에 함께 나서자"고 요청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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