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연습하라

[ 커리처럼 승부하라 ] <6>

소재웅 전도사
2019년 06월 17일(월) 07:12
자신이 나온 대학교 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 /출처 스테판커리 인스타그램.
커리 특유의 흥겨운 연습 때문에 팬들은 그의 경기 못지 않게 커리의 연습을 보고 싶어한다. 커리의 연습을 지켜보는 팬들.
# 처절한 연습과의 사투

연습이 즐거울 이유는 별로 없다. 그 어떤 연습일지라도, 재미의 요소를 찾기는 어렵다. 운동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환호하는 관중도 없고, 연습 경기를 잘 한다고 당장 연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미국프로농구 한 경기는 정규시간 48분이지만, 1시간이 채 안 되는 그 시간에 비해 연습을 하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반복되는 연습을 견디지 못해서, 혹은 목표를 다 이룬 뒤 동기부여가 사라져 연습을 소홀히 하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그건 국가와 종목을 막론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조금은 예외적인 선수가 있다. 현재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중 미디어를 통해 가장 자주 연습 장면이 노출되는 선수인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다. 익살맞은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창의적인 슛동작(지난 4월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14년 만에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한 다음 날, 커리는 우즈의 샷을 흉내내며 연습하기도 했다)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연습 장면은 '연습에 대한 커리의 고통을' 온전히 설명할 순 없을 거다. 어느 누가, 연습마저 늘 즐겁고 흥겨울 수 있겠는가.

필자가 지난 4월 2일과 4월 4일, 두 번에 걸쳐 커리의 연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을 때, 그는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처절하게 연습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다지 흥겨워 보이지 않았으며 그 역시 보통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연습이 주는 지루함을 견뎌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한 가지 강렬한 기운 같은 게 있었다면, '내가 해내야 할 연습은 최대한 흥겹게 감당하고 말겠다'라는, 일종의 의지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연습을 전담해주는 코치에게 '귀여운 투정 섞인' 몸싸움을 걸기도 하며, 자기 나름의 흥겨운 리듬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설교자의 설교는 '설교를 준비하는 책상'에서 결정난다"는 말이 있듯, 선수들의 경기력은 철저히 연습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아주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평범한 선수와 커리가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운동소양 = 스포츠를 향유하는 역량"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최의창 교수는 자신이 저술한 '스포츠 리터러시'를 통해 '운동소양'이란 개념을 설명한다. 그는 '운동소양'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운동능(能, 운동의 기본 동작들과 기술들을 활용하여 운동을 스스로 실천해내는 신체적 재능과 자질), 운동지(智, 운동에 관한 명제적 지식들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인지적 능력과 지성적 자질, 운동심(心, 운동을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심성적 태도나 마음의 자질)을 꼽는다. 그리고 그는 '운동소양'을 일컬어 '스포츠를 향유하는 역량'이라 이야기한다. 최의창 교수가 사용한 개념을 적용하자면, 커리는 '농구를 향유하는 역량'이 상당히 뛰어난 선수인 셈이다. '향유'라는 개념을 영어로 번역하면 'enjoyment', 즉 '즐거움'이다. 커리는 자신의 재능을 최상의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연습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

6월 14일(한국시간 기준) 끝난 미국프로농구(NBA) 2019~2020시즌, 커리는 결국 우승에 실패했다. 자신의 마지막 슛이 빗나가며 우승이 물거품이 된 순간, 커리는 자신을 원망하며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감독인 스티브 커 감독이 커리 곁에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며 격려했지만 커리는 괴로워 보였다. 동시에 커리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감당해야 할 기나긴 연습이 예상됐다.

즐거움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여기저기 즐거움을 숨겨두셨다. 적극적으로 찾고 누리는 사람들의 몫으로. 아마도 커리라면, 때론 지루하게 이어질 연습을 그리 고통스럽게만 견딜 것 같진 않다. 커리는 지금껏 '연습 속에 숨겨진 즐거움'을 끊임없이 발견해왔으니까.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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