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목사와 열혈성도

[ 목양칼럼 ]

임민성 목사
2019년 06월 21일(금) 08:36
故 옥한흠 목사는 '설교는 십자가와 같은 고통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만약 설교가 목사 본인의 생각을 채우는 일이라면, 목사에게 설교는 이토록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교는 설교자가 깨달은 하나님의 음성과 뜻을 글로 쓰고 말로 선포하는 일이지 않는가?

그래서일까? 주일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필자도 설교 준비 때문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설교 준비로 생기는 부담감과 예민함은 토요일이 되면 극에 달한다. "왜 이렇게 주일이 빨리 찾아오는거야!"하는 짜증도 부린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주말이 되면 아예 필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한다. 불똥이 괜히 자신들에게 튀는 게 싫어서이다. 벽을 뚫을 것 같은 아빠의 레이져 시선을 모두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랬던 필자가 올해 2~4월만큼은 매주 금요일, 토요일을 학수고대했다. 어서 빨리 금요일이 찾아왔으면 했다. 혹시 이 시기 필자가 주일에 있을 세 편의 설교를 모두 주초에 완성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사실은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방영한 드라마 '열혈사제'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검사 박경선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녀는 출세를 위해 불의와 타협하는 검사였다. 하지만 출석하는 성당 신부인 김해일과 만난 이후부터 조금씩 변해간다. 김 신부처럼 박 검사도 불의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더니, 마지막회에서는 자신의 잘못된 과거에 대해 고백하고자 검찰 감찰부에 자진 출두까지 한다.

검찰청 입구에서 김 신부와 박 검사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길로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축복이 언제나 함께 하시길…"

이 대화 속에는 세상이 한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부탁하는 바가 담겨져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은 '이 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하나님 말씀대로 뜨겁게 살아가는 거룩한 본을 세상에 보여달라'는 요청이다. 드라마 제목처럼 '열혈 목사', '열혈 성도'가 돼 달라는 바램이다. 그런데 세상의 이런 요청은 하나님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하신 부탁이요, 명령이 아니었을까?

하나님이 이 땅의 목사들에게 바라는 '열혈 목사'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크고 잘 생겼으며, 게다가 무술과 첩보 작전에 능한 뛰어난 이가 아닐 것이다.

자기의 욕심, 생각, 야망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요하는 종교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바르게 분별하고 설교하는 열혈목사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뜻과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길인지를 자신의 삶을 통해 이웃과 사회에 증거하는 '열혈 목사'요 '열혈 성도'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비록 종영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드라마의 여운은 필자에게 이렇게 묻는 듯 하다. "임 목사 당신은 하나님의 뜻만을 설교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발버둥치는 '열혈 목사'가 맞습니까?"

임민성 목사 / 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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