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두 얼굴

[ 논설위원칼럼 ]

최인호 목사
2019년 06월 10일(월) 00:00
점점 무더워져가는 유월이 되었다. 오월이 가정과 관련되어 기념할 날이 많았다면, 유월은 나라와 관련해서 마음에 떠오르는 날들이 많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현충일이나 한국전쟁 기념일과 같은 날이, 어떤 사람에게는 6월 민주항쟁과 같은 날이 그럴 것이다. 사실은 모두가 나름대로 나라와 조국을 위해 싸우고 피를 흘리며 자신을 바쳤던 분들을 기억나게 하는 날들이다. 그들의 수고와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하고 자리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분명 그분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땅히 이 유월을 잊지 말고,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기억하고 또 기념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6월 민주항쟁의 얼굴이 크게 떠오를 것이다. 6월 민주항쟁은 1987년 6월 10일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4.13 호헌 조치, 그리고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죽음 등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된 사건이었다. 이 민주항쟁으로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 노태우는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는 6.29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 12월 새 헌법에 따른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이 항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층 뿌리를 내리고 성숙하게 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항쟁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6.25 한국전쟁의 얼굴이 크게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자유 대한민국을 침공하여 발발한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다. 수많은 전사자, 상이용사, 전쟁고아, 이산가족, 타향살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의 상처를 남기고도 이 전쟁은 아직 종전(終戰)이 되지 못하고 휴전(休戰)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전쟁은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특별히 이념의 차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같은 민족끼리 물고 먹으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절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6.25 한국전쟁 역시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얼굴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이데올로기나 상처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모두 하나님의 엄중한 손길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6월의 항쟁에서는 거짓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무리들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나타났다. 6.25 한국전쟁에서는 꺼질 듯 꺼질 듯한 운명 속에서도 끝내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의 손에서 건져주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보여주셨다. 이 사건들은 역사(歷史)의 주권은 결코 힘과 무기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손길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 사건들을 기억해야 한다.

이 두 개의 얼굴은 대한민국이 오늘까지 이르는 데에 꼭 필요한 가치들이었다. 민주화와 반공! 이 둘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발전된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들이다. 6월 민주항쟁이 없는 한국전쟁 기념일은 정권 유지를 위한 통치논리로 오용될 위험이 있고, 한국전쟁 기념일이 없는 6월 민주항쟁은 이상주의적 환상에 빠질 위험이 있다. 지금은 우리가 보수냐 진보냐를 구별하고 선택할 때가 아니라, 우리 민족을 향하신 하나님의 의로우신 손을 붙잡아야 할 때이다. 그때 우리 민족은 건강하게 서게 될 것이다.

최인호 목사/예명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