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문화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이유

희망없는 '헬조선'의 심리적 탈출구
'신앙의 신비'전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5월 29일(수) 15:21
요즘 대중문화에서 '오컬트(Occult)' 장르가 '뜨고' 있다. 오컬트는 감추어진, 신비스러운, 초자연적인이란 사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가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식 오컬트 영화는 지난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부터 시작해 '곡성''부산행''사바하' '클로젯' 등으로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TV 드라마 '처용' '빙의' '손 the guest' '더프스트'까지 흥행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중은 왜 '오컬트' 영화에 빠져들까? 오컬트 영화(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호러물처럼 '악'의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자연의 또 다른 모습, 미지의 존재 등이 심리적 공포를 더 크게 압박한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 '오컬트'라는 특정 장르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고 미디어학적인 측면에서 영화평론가들은 "미디어의 다각화로 장르물의 접근성이 용이하게 되면서 문화적 경계가 허물어진 이유"라고 꼽았다.

이처럼 '오컬트' 문화에 열광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교계에서는 청년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교회가 반드시 살펴야 할 중요한 텍스트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28일 열린 문화목회 이음세미나 '문화목회와 청년: 청년을 애정하다'에서 이민형 목사(보스턴대 실천신학 박사)는 "이 땅에 사는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사는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른다"면서 "그들에게 이 사회는 도무지 해결 방안이 없는 '악'의 존재처럼 느껴진다"면서 "현실은 지옥 같고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청년들로 하여금 오컬트 문화에 반응하게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겪는 오늘날의 현실은 오컬트물에 비유적으로 묘사될 정도로 암담하다"는 이 목사는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사회적 현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은 '절대악'으로 자신들의 고통의 이유를 풀어내려고 한다"면서 초현실적인 절망감이 지배하는 그들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초현실적인 힘이며 그것을 '신비'라고 설명했다.

"신앙의 주체인 하나님, 그분으로부터 오는 새로운 힘이 신비"라는 이 목사는 오컬트물에서 단골소재로 쓰였던 요한계시록 21장을 소개하며 "이 땅의 논리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현실이 바로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예수님을 통해 시작하신 하나님의 나라"라면서 "이 신비감을 잃어버린 교회가 '신비'한 하나님 나라를 증명하고 청년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컬트 영화에 등장하는 개신교는 천주교나 불교 심지어 무속신앙 보다도 '신비감'이 낮다. 그 이유에 대해 "개신교가 사람들에게 주는 신비한 종교성과는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예로 들면서 아이언맨이 읊조리는 대사 '나는 나다'를 통해 "잔혹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 교회가 전할 수 있는 힘은 결국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있는 존재에 근거한 삶의 실천"이라면서 "근사한 논리나 해석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청년들에게 그저 자기자신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상의 계산적인 논리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기독교의 신적 존재"라면서 바로 그것이 "실용주의적 세상의 논리에서 청년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며 기독교에서 할 수 있는 신앙의 신비"라고 주장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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