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순교자기념주일 총회장 목회서신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의 삶을 향하여"

림형석 목사
2019년 06월 08일(토) 15:02
"오직 일사각오가 있을 뿐이오니 이 목숨 아끼다가 우리 주님 욕되지 않게 사망권세에서 나를 이기게 하여주시옵소서."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수많은 순교자분들께서 당장 그분들의 목에 댄 칼 앞에서, 심장을 겨누는 총 앞에서, 뼈를 깎아내는 고문 앞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의 구주시라" 고백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전한다는 이유 때문에 피를 흘리는 시련과 고난과 핍박이 없는 시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예배당에 발을 들일 때 생명을 걸지 않기에 간절하게, 진실하게 주님을 믿지 못 하고 무너져가는 한국교회의 위상 앞에 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허영과 거품으로 가득 찬 이 시대에서 과거 피 값을 주고 이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순교하신 분들을 회고하며 도전받아 회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제77회 총회(1992년)에서 매년 6월 둘째 주일을 '순교자기념주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이 결의는 후손들에게 복음의 진리를 지켜나가는 바른 신앙인의 모습을 찾아주고자 숭고한 뜻을 지킬 것을 결의한 것입니다. 순교자기념주일을 지키는 것은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거룩한 구원역사에 동참하는 길입니다. 매년 잊지 않고 순교주일을 전국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기억하며 지켜온 이유는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한국교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시기 위해 열어 놓으신 유일한 길인 것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순교신앙'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거룩한 희망의 다림줄로 남겨두셨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이 민족에게 허락해 주신 순교자들과 그분들의 신앙을 기억하며 혼탁해져만 가는 이 땅에 생명 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교회와 성도로 변화하는 일에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뒤를 돌아보며 주저하지 않을 것을 하나님께 새 언약을 맺는 순교자기념주일이 되도록 나로부터 시작해나가는 일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순교기념주일인 '6월 9일'에 전국 노회와 전국 교회가 동참하여 도전받는 뜻깊고 거룩한 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24) 순교자의 삶은 밀알의 삶입니다. 주의 말씀을 칼과 같이 마음 깊이 새김으로써 내적인 자아가 베이고 잘리어 죽는 한 명 한 명의 순교자가 다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2019년 6월 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림형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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