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사, 건강한 교회

[ 목양칼럼 ]

임민성 목사
2019년 05월 31일(금) 10:00
어느 날 장로님께서 제 손을 잡더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목사님, 손이 너무 차네요. 어디 아프신 것 아닌가요? 내일이라도 빨리 병원에 가보셔서 진찰 받아보세요."

그 다음날 오전 읍내 한의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았다. "크게 아픈 데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장기들의 체내 기능이 또래 분들에 비해 평균 이하입니다. 운동 잘 안 하시지요?" 손이 차가운 이유가 운동 부족 때문이라니, 너무 창피했다.

"그런데 목사님이라고 하셨죠? 주제넘은 말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목사님께서 건강하셔야 교회 성도님들의 영적인 건강도 챙겨주실 수 있는 겁니다. 목사님이 건강하지 않으면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귀 기울여 주고, 교인 분들을 위해 어떻게 힘있게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위해선 목사님이 먼저 건강하셔야 하겠죠?"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하려고 한의원에 찾아갔는데, 정작 원장님은 내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만들어 주셨다.

우리 서부교회 성도들은 부족한 목사를 위해 늘 기도해주신다. 그리고 목사가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부족함 없도록 배려해준다. 또 지금까지 교육전도사, 전임전도사, 부목사를 거쳐 왔던 교회들의 담임목사님과 성도들도 필자의 건강과 복지에 늘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주셨다.

하지만 신대원 동기 목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이 먹먹해질 때가 많다. '월요일' 휴일도 반납하며 새벽기도 때부터 교회에 나와 일하고 밤 10시에 퇴근하기를 2년, 3년간 계속 해왔다는 A목사, 출산 당일 아내가 응급실에 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서도, 교회 행사 때문에, 담임목사님과 동료 교역자들의 눈치 때문에 병원으로 뛰어가지 못했다는 B목사의 이야기를 듣는다.

동기들이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은 그들에게 절대로 아프지 말 것을 요청한다. 이들은 아파도 아픈 티를 절대로 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목사들이 또는 전임전도사들이 자기 건강을 위해 어떻게 병원에 갈 생각을 먼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자기 몸 챙기는 것 없이, 부목사로서 심방하며, 행정 보며, 설교와 성경공부까지 맡은 사역을 담당하다가 담임목회 나간다고 한들, 건강이 무너진 사역자들이 과연 교회 내에서 건강한 열매를 맺어낼 수 있을까?

바라기는 목회자가 자기 몸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지는 한국교회 분위기가 이제는 바뀌었으면 한다. 특별히 담임목사들도 바쁘지만 부목사, 전도사들의 건강을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

종교개혁 500주년, 평양 대부흥 100주년 등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 것도 좋지만, 한국교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들이 먼저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목사 한 사람이 건강해진다면, 그가 담당한 구역과 교회사역이 건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목회자들 때문에 그들이 속한 교회가 건강해질 것이고, 건강한 각 교회들이 모인 우리 한국교회의 몸도 건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속한 교회의 목회자가 건강을 지키는 일! 건강한 한국교회를 위한 거룩한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임민성 목사/홍성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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