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되는 은혜

신용관 목사
2019년 05월 24일(금) 00:00
새해를 말씀으로 시작하고자 신약성경 통독을 했다. 성도들과 3일 동안 오전과 오후에 3시간씩 성경을 읽었다. 성경을 읽고 교회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만들어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성경에 대해 질문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서 첫날부터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 오전이었다. 성경통독을 준비하고 있는데 건장하게 생긴 분이 찾아왔다. 반갑게 맞이하여 대화를 나눴다. 며칠 전에 대구교도소에서 출소하여 양평에 있는 동생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60살이 넘도록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어 보지 못하고 교도소를 전전하면서 살아온 인생이었다. 날씨도 춥고 배도 고파서 찾아왔는데 미안하지만 여비와 밥값을 좀 달라고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분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늘 오전에 약 3시간 가량 신약성경을 읽습니다. 형제님과 함께 성경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만찬은 아니지만, 점심 때 함께 식사를 하고 가세요." 그랬더니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때부터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며 성경통독을 준비했다. 오전에 누가복음을 읽고, 사도행전을 읽었다. 굳은살이 박인 마음 밭을 뚫고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읽었다. 함께 한 성도들에게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전 성경통독을 마치고 함께 식탁에 앉았다. 식사를 하면서 이분의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 "목사님, 이 교회는 참 따뜻합니다. 세상 모든 교회가 이 교회와 목사님처럼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조금만 일찍 이런 교회를 만났더라면, 내 인생을 이런 식으로 허비하며 살지는 않았을 텐데…"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짠했다.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식사를 마친 후에 약간의 여비를 챙겨주며 두 손을 꽉 잡았다. 참 따뜻했다. "목사님, 꼭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돈을 벌어서 십일조도 하고, 제가 진 빚도 갚겠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분을 보내고, 성도들에게 전후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성도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통해 가슴 뭉클한 은혜를 경험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도 은혜를 준비해 두신다.

신용관 목사/양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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