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함이 강함이 되고 부족함이 온전함이 되는 기적

[ 크리스찬영화보기 ] '나의 특별한 형제'

김지혜 목사
2019년 05월 15일(수) 09:32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스틸컷 중
때로 일상적으로 무심하게 내뱉는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차별로 작용할 때가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과 배제가 심한 사회일수록 이러한 태도에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상당히 배려가 깊은 영화다. 장애인을 희화화거나 일방적인 수혜,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웃음과 눈물을 정직하고 적절하게 섞었다. 더욱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생명과 관계의 메시지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신앙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여기에 불완전한 두 사람이 있다. 5세 정도의 지능을 가졌지만 뛰어난 수영실력을 가진 동구(이광수), 그리고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세하(신현균). 두 사람은 사회복지법인 '책임의 집'에서 만났다. 홀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세하가 마지막으로 맡겨진 곳은 바로 이 '책임의 집'. 아마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존재 의미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세하에게 박 신부(권해효)는 '책임의 집'의 의미를 들려준다.

"누구나 태어난 사람은 그 삶을 끝까지 살아낼 책임을 가진다." '살아라!' 엄중한 생명의 명령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하에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절망에 빠진 세하가 일순간 삶의 경계를 넘어 죽음을 선택했을 때, 구원으로 다가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구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세하에게 동구는 손과 발이 되어주고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동구에게 세하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둘은 함께 살았다. 박 신부의 말대로 "약한 사람들은 약하기 때문에 약한 사람들끼리 함께 살아가야 한다." 생명을 향한 명령은 나뿐 아니라 나와 너 모두를 향하는 것이다.

박 신부가 세상을 떠나고 '책임의 집'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을 때, 상호의존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세하와 동구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부족한 게 많은 두 사람은 함께 할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고 여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진짜 가족'과 함께 살아야 온전한 가족이 된다며 둘을 흩으려 한다. 그런 이들에게 세하가 부르짖는다. "당신들은 부족한 게 없잖아!" 세하와 동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연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확장이다. 그저 나를 원하는 누군가 있고, 책임질 누군가 있다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을 선택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혈육이 가족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돈, 건강 등 그 어떤 것도 함께 하거나 갈라놓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비단 동구와 세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생을 마치기 전까지 머문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중증 지체장애인 아담을 만난다. 그는 아담을 통해 연약함의 길이야말로 예수님의 길이며 자신은 아담과 같이 자랑할 것도, 가진 것도 없으며 철저히 의존적이고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사랑으로 둘러쌀 때에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세하와 동구가 사랑으로 함께 할 때,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기적을 보며 우리 역시 누군가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약함이 강함이 되고 부족함이 온전함이 되는 신앙의 원리는 이 사실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세상의 수많은 '세하'와 '동구'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세하'와 '동구'들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예수 가족이 되어간다. 예수님을 따라 온전함에 이르는 길이다.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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