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환경은 단막극의 무대 같은 것

[ 잘가르치는교회 ]

이의용 교수
2019년 05월 07일(화) 00:00
연극의 4대 요소로 희곡, 배우, 관객, 무대를 꼽는다. 교육으로 말하면 희곡은 내용(Contents), 배우는 교수자(Facilitator), 관객은 학습자(Learner), 그리고 무대는 교육 공간인 셈이다. 무대는 연극이 이뤄지는 마당(場)이다. 희곡은 무대에서 배우의 연기로 실현되며, 청중은 이곳에 시선을 집중한다.

연극은 막을 열고 닫으며 진행된다. 그 막간(幕間)에 무대의 환경(Condition, Setting)이 달라진다. 배우의 연기를 빛나게 해주는 건 적절한 환경이다. 교육에도 열정, 내용, 교수방식에 못지 않게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간(間)', '구(具)', '심(心)'으로 정리해본다.
첫째 '간(間)'.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거리를 말한다. 홀(E. Hall)은 공간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심리적 거리도 멀어진다고 했다.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거리가 가까워야 소통이 잘 된다. 소통이 잘 돼야 교육이 잘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야 한다.

기업의 교육은 학교나 교회보다 훨씬 앞서 간다. 기업 교육현장에는 교단(敎壇)이 없다. 교탁도 학습자의 책상과 높이가 같다. 그래야 소통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배 공간은 강단이 너무 높은 데다가 강단과 회중석이 너무 멀어 교수자(설교자)와 학습자(회중) 간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다. 소통이 안 되는 구조다. 설교자의 권위, 일방적인 전달을 위한 구조는 교육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그럼에도 많은 교회학교들이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심리적 거리도 소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 소통을 막는 주범이 바로 장의자와 계단이다. 학습자들이 자유롭게 벌집처럼 둘러앉을 수 있는 마당과 원탁형 좌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구(具)'. 연극처럼 교육에도 필요한 도구나 소품이 있다. 음향 설비, 영상(컴퓨터, 빔 프로젝터, 스크린) 설비 같은 것들이다. 또 교육 진행에 필요한 칠판(흑백), 실습용 교보재(백지, 펜, 스카치 테입, 가위, 풀 등)도 구비해야 한다. 특히 컴퓨터나 조명, 음향설비는 교수자(강사)가 쉽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스크린(모니터)도 학습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하고 넓이도 적당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심(心)'. 교육을 진행하는 교수자나 교육을 받는 학습자의 마음을 쾌적하게 해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온도, 소음, 냄새 등이 그 원인이다. 연극과 달리 교육은 단막극이다. 중간에 막을 내리고 세팅을 바꿀 수가 없다.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야 교육이 성공한다.

이의용 교수/국민대·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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