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힘

[ 목양칼럼 ]

박태영 목사
2019년 05월 10일(금) 11:30
지역주민과의 접촉점을 찾기 위해 지혜를 구하던 중 아내가 다니던 미용실에서 염색봉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역에 어르신이 많기에 지역과 잘 어울리는 섬김이라 판단되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매월 40여 명의 어르신들이 단골 고객이 되셨고, 이웃의 은퇴목사님도 특별손님으로 오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들은 교회의 홍보대사가 되셨다.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감동의 사건이 벌어졌다. 성능 좋은 블랙박스를 저렴하게 설치해 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설치가 끝나갈 무렵 전혀 다른 계약서를 내밀었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명을 거부하자 판매자의 태도가 험악하게 변하면서 '목사가 공짜만 좋아해서 등쳐먹으려고 한다.' '한밤에 일을 시키고도 물 한잔 안주는 인색한 목사다'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웃에게 창피를 당하면 요구하는 대로 들어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주민들은 창문을 열고 우리를 내다보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필자는 사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해 요구조건을 들어주어야 할 상황을 맞았다. 그때 매월 염색하러 오시는 어르신 한 분이 술이 취해 지나가시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 다가오셨다. 계속 소리 치며 겁박하는 사기꾼들에게 어르신이 큰 소리로 한마디 하신다.

"어디서 행패를 부려! 이 분은 우리 마을이 가장 존경하는 목사님이시다." 하지만 상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어르신은 전화기를 꺼내시더니 "이 봐 김 통장, 지금 당장 노인들 모아 교회 앞으로 오게, 못된 놈들이 목사님을 괴롭히고 있네." 사기꾼들은 어르신 기세에 눌려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고, 사태가 수습되었다. 어르신들 덕분에 큰 봉변을 당할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 후 염색하는 날 감사의 인사를 드렸더니 어르신께선 "막걸리를 먹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솟아!"라고 말해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어르신, 막걸리만 마셔도 담대해지시는데 성령님이 임재하시면 펄펄 날으실 겁니다. 염색하시면서 젊어지시고 그리고 이제 예수님 믿으셔야지요!"

박태영 목사/샘솟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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