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태도

[ 주간논단 ]

최갑도 목사
2019년 05월 07일(화) 10:00
교회와 세상은 어떤 관계인가?

우리는 흔히 이 세상을 영적인 자리와 세속의 자리로 구분한다. 하나님과 관련된 교회 활동이나 모임은 영적 세계에 속한 거룩한 행위이고, 일상적인 활동이나 모임은 세속적인 일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은 우리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하나님이 현존하시는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기억하지만, 세상에서는 하나님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이다. 주일에는 그리스도인이지만 평일에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셈이다. 신학자 리처드 니버는 세상을 양분해서 보는 시각을 '문화에 대립하는 그리스도' 또는 '문화 위의 그리스도'라 부른다. 이러한 시각은 대중적인 것은 모두 세속적이고 악한 것으로 배척하는 태도다.

극단적으로 세상을 이분해서 보는 예를 우리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투캅스 (Two cops)'에서 볼 수 있다. 주인공 조윤수 형사(안성기)는 투캅스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으는 악덕 형사다. 가족은 대궐 같은 집에 살면서 자신은 청렴결백한 형사로 보이기 위해 일곱 평짜리 서민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악덕 형사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교회를 다닌다. 꼬박꼬박 십일조를 내는 것은 물론이요, 술집 주인과 포주들에게 돈을 많이 뜯어낸 날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며 감사 헌금을 바친다. 또 주일 예배에 참석하면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회개하고 열정을 다해 하나님을 찬미한다.

한 번은 수요예배에 참석했는데, 목사님이 "하나님 아버지, 이 자리에는 죄 많은 당신의 아들, 딸들이 죄를 뉘우치고 구원받고자 모였습니다"하고 회개를 인도하는 기도를 한다. 그러자 그는 "오 아바지, 아바지 (아버지, 아버지의 이북 사투리)" 하며 응답한다. 주인공은 다음 날도 평소와 다름 없이 업주들에게 돈을 착취하고, 아내는 남편이 가져 오는 돈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알고 관리하는데 여념이 없다.

영화 '투캅스'는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양분해서 대할 때의 속물적인 모습을 과장해서 표현한다. 이른바 바리새인적 모습이다. 교회에서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척 하지만, 교회 밖에서는 신자가 아닌 사람들보다 더 탐욕스럽고 오히려 더 타락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한 것이다. 세상을 영과 속으로 양분해서 보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그러한 태도는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다. 사도 바울은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고 했다. 사도 바울은 세상을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는 먹고 마시는 것이 모두 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또한 세상을 양분해서 보는 태도는 교회의 가르침이 아니다. 장소가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과 우리의 태도다. 우리가 지금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가, 살아가지 않는가에 따라 그 자리가 구분된다. 세상을 성과 속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태도를 버릴 때 하나님 현존에 대한 우리의 체험은 넓어진다. 우리는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평범한 일상, 즉 직장 생활, 육아, 식사 준비, 쇼핑, 그리고 심지어 TV에서 정치인의 국정 운영을 볼 때,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등등 하나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할 수 있다. 장소가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시선과 태도다. 기도하는 시간이 교회 주방에서 일하는 시간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기도할 때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 못지 않게 주방에서 일할 때도 철저히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골 3:17)."는 말씀처럼,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기에 하나하나의 행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거룩한 지향을 두어야 한다. 우리가 깨어 활동하는 시간 가운데 영적인 시간은 2%에 지나지 않는다. 98%는 세상 속에 세속적 시간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 한복판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 살아감으로써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2%의 영적 시간은 일터나 가정에서 생활할 때 하나님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은총을 얻는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서 바쁘고 어려울수록 더욱더 하나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께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

최갑도 목사/성내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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