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기독교

[ 기자수첩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04월 29일(월) 07:15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로봇공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우리 삶은 더욱 빠르고, 효율적이며, 그 어떤 시대보다도 풍부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다. 과학이 가져다 준 다양한 혜택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선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27일 열린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는 이러한 고민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과학 맹신주의'에 대해 우려했다.

포스트휴먼을 지향하는 사조인 포스트휴머니즘이 대세이다. 포스트휴먼이란 인간 종을 뛰어넘는 인간 이후의 존재를 가리킨다. 자연과 인간의 본성 자체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포스트휴머니즘적 과학기술은 생명공학, 사이보그공학, 비유기물공학을 통해 복제인간, 인조인간, 인공지능 컴퓨터나 로봇과 같은 인간화된 기계의 출현을 전망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전망하는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은 무한히 연장되고, 의학적 사망 원인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은 불멸의 존재, 유한성이 사라진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포스트휴머니즘이 인간을 파멸과 멸종의 길로 이끌고 갈 위험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달해 온 지난 세기에도 인류는 부의 독점, 빈곤과 억압에 고통당하고 있으며, 소득과 비례해 우울증, 자살률은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생태계 또한 오염과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는 점점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가진 긍정과 부정의 양날의 칼 앞에서 기독교인은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 창조주이신 하나님, 하나님과 인간의 인격적인 관계, 인간이 가진 유한성, 육체나 지식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과학이 이해하는 인간과 자연은 매우 물질중심적이며 한정적이어서 창조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물질 자체보다 윤리, 도덕성 등 인간의 내면이 아닐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것이 아무리 화려할지라도 인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과학과 기독교는 대치해선 안된다. 과학 자체가 선이냐 악이냐를 따질 수 있는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창조 원리가 발현된 생태계 보존을 위해 앞장서고, 기독교의 공적 책임을 다하고, 과학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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