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도회 연재 '널다리골'

[ 여전도회 ]

한국기독공보
2019년 04월 25일(목) 09:35
국채보상을 위한 여러 운동 중의 하나로 반지를 바치자는 운동, 즉 탈환회 운동도 이끌었다.

"우리 각 사람이 몸 둔 곳은 나라이라. 엎어진 등우구 아래 어찌 완전한 알이 있으리오. 나라 한 번 망하고 보면 당장에 늙은 부모는 장차 어느 곳에 장사하며 강보의 어린아이는 장차 뉘의 종이 될는지요. 국채 1300만원을 갚을 방침은 우리 동포 마음에 있는 줄 압니다. 대범 2000만 중 여자가 1000만이요, 1000만 중 지환 있는 이가 반은 넘을 것이니 지환 매쌍에 2원씩만 셈하고 보면 1000만원이 여인의 수중에 있다고 볼 수 있으니 깊이 깊이 생각하면 못할 일이 아니오니 어서 속히 결단하여 지환을 바침으로 국채를 갚는 날은 나라의 행이요 생명의 행이외다.

발기인 장의근 장모 공 씨, 김덕유 조모 범 씨"

그들의 애절하고 절박한 호소문에서 국가의 존망이 개개인의 생존과 직접 관련되어 있음을 심각하게 느꼈던가를 알 수 있다. 누구의 장모 공 씨, 누구의 조모 엄 씨로 밝힐 도리밖에 없었던 그들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집안에서 일이나 하고 어린 아이들이나 키워 왔기에 사회 활동에 필요한 이름도 없이, 그저 누구의 딸,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할머니로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러한 그들이 나라를 구하고자 나섰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뚜렷한 자기의식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이 자기의식과 함께 민족의식에 눈을 떠 만천하 여성들에게 반지를 바쳐 나라를 구할 것을 호소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평안남도 삼화항에서 일어났던 패물폐지부인회 역시 당시 여성들의 생활 속 국가 사랑 실천을 나타내고 있다. 그 취지서는 다음과 같다.

"2000만 중 1000만이 여자가 될 터인데 저마다 전재는 충족하지 못하나 3원 이상 값이 되는 금은 패물 등속은 있을 터이온즉 각출 의면 하였으면 3000만원 가량이라. 1000만원으로 국채 보상, 1000만원으로 은행 설립, 1000만원으로 학교를 창설하면 조국에 이익됨이 소소한 패물에 비하리요. 패물이라는 것은 매일 소용되지 못하고 의장 속에 일푼의 이식(利息)도 생효치 못하니 혹시 차고 보면 심히 무겁고 옷을 상하니 없어도 무방할 것이외다. 우리 국민이 남의 빚을 산같이 지고 패물을 차는 것은 발가벗고 은장도 차는 격이라 발기인 일동은 약간의 패물을 연조하여 패물폐지회를 조직 취지를 선전하옵니다."

이밖에도 여성들이 용돈을 절약하거나 작은 금액이나마 자기의 수입을 떼어서 국가와 민족운동을 위해 바친다든가 하는 일이 수없이 많았다. 이러한 일들은 일찍이 없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하는 마음과 백성 된 도리에야 어찌 남녀가 다르리요."라고 하며 국민으로서의 자각과 의무를 깨닫고, 구체적으로 실천하였다.

초기 한국 교회여성들은 전도와 교육만을 담당한 것이 아니었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도 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웃들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굳은 민족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민족과 함께 하는 교회 여성이라는 자의식과 실천이 여전도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 여성리더십을 통해 역사 속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표출되어 왔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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