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이기는 사랑

[ 크리스찬영화보기 ] 고 박누가 선교사 이야기 '아픈만큼 사랑한다'를 보고

김지혜 목사
2019년 04월 17일(수) 10:00
난 4월 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픈만큼 사랑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끝까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의료선교를 멈추지 않았던 박누가 선교사의 이야기이다.
'메디컬 체크 업!(Medical check up!)' 필리핀 오지마다 故 박누가 선교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난 4월 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픈만큼 사랑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끝까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의료선교를 멈추지 않았던 박누가 선교사의 이야기이다. 이미 2012년과 2016년 KBS1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그의 사랑과 섬김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바 있다. 영화는 방송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장면과 그의 사후 이야기, 그리고 추상미 감독의 나래이션 등이 추가되었다.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필리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거나 아파도 의료처치를 받기 쉽지 않다. 더욱이 오염된 물과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에게는 감기나 종기 같은 가벼운 질병조차 큰 병이나 죽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필리핀에 누가선교병원을 세웠지만 그곳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오지로 직접 들어가는 이유이다. 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았지만 엉터리라서 치료가 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만날 때면, 그는 당사자보다 더 분노하곤 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미 췌장암과 위암, 그리고 다시 위암 재발로 연거푸 시한부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이곳 필리핀을 떠날 수 없다. 이들을 오래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보물 1호 '메디컬 버스'를 타고 더 열심히 오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메디컬 체크 업!"을 외친다.

그는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늘 살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축복의 인사 "God bless you!"를 전하지만,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우물과 유치원을 만들고 교회를 세웠다. 새순누가교회는 박누가 선교사의 피와 땀이 새겨진 또 다른 사역지다. 건물만 덩그러니 있던 교회에 마지막 열정을 쏟은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찬양을 부르며 예수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고백한다.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하나님이 보내신 분 같았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친절한 진정한 의사, 필요한 모든 것을 주고 간 분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시종일관 비장하기보다 밝고 따뜻하다. "봉사도 즐기면서 해야 오래가요.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가는 맘으로 해야 오래 가요." 그가 필리핀 의료봉사를 대하는 마음처럼 이 영화도 그렇다.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의료봉사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구성진 노래를 부르는 인간미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선교가 관계요 삶이라는 것,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병마와 싸우기보다 타인의 생명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왔던 한 선교사의 모습이 담긴 86분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아픈 만큼 사랑하며, 아플수록 더 사랑하게 하소서."라는 그의 기도제목이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폭력의 문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더 움켜쥐려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더 가지려고 하고 더 높아지려는 세상의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지금 죽음을 이기신 사랑, 한 알의 씨앗이 많은 열매를 맺는 예수의 부활의 능력을 묵상하는 사순-부활절기를 보내는 중이다. 영화 '아픈만큼 사랑한다'에서 보여주는 박누가 선교사의 행복한 사랑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고 그것을 전해야 할 사명을 가진 우리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해주고 있다.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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