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 "내 나이가 어때서!"

문화 이슈 '이제는 노노족 시대'
교회…새로운 정체성 부여하는 프로그램 제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4월 03일(수) 17:11
젊게 살기를 원하는 '노(NO) 노(老 )'족이 뜨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50~60대를 지칭하는 단어인 '노노족'은 '아니다'를 뜻하는 영어 노(NO)와 '늙음'을 뜻하는 한자 노(老)를 합친 말로 '늙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탄탄한 경제력과 시간적인 여유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 사진은 45년차 노부부의 삶과 애환을 그린 영화 '로망' 중.
지난 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판례를 변경했다. 지난 1989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상향한지 30년 만의 조정이다. 이제 더는 '60세'라는 나이가 노인의 범주에 들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노인 1만29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3%가 노인연령으로 '70세 이상'을 꼽았다. 80세 이상부터 노인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2.1%나 됐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젊게 살기를 원하는 '노(NO) 노(老 )'족이 뜨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50~60대를 지칭하는 단어인 '노노족'은 '아니다'를 뜻하는 영어 노(NO)와 '늙음'을 뜻하는 한자 노(老)를 합친 말로 '늙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탄탄한 경제력과 시간적인 여유를 기반으로 미래 5대 소비계층으로 각광받고 있을 뿐 아니라 PC통신과 젊은이들의 최신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

우선 방송에서는 '실버 세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다. 할아버지들의 여행이야기를 담은 예능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연예인 자녀들의 어머니들이 주인공인 '미운 우리 새끼', 실버세대의 연예인들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나 이거 참', '오늘 배우다' 등까지 다채롭다. 노년의 삶과 치매를 소재로 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전 세대의 공감을 끌어냈으며 45년차 노부부의 삶과 애환을 그린 영화 '로망'을 비롯해 평균연령 85세 이상의 할머니들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가시나들' 등은 놀라운 인기를 모으며 시니어 파워를 드러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시니어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비속어가 섞인 거침없는 입담과 구수한 사투리가 매력적인 1인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80만명이 넘는다. 최근 80년대 스타 이덕화, 주현미 씨 등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고령사회'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실버세대의 활약은 지속될 것이고, 그들을 겨냥한 문화콘텐츠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고령화'되어 가는 교회도 이 같은 사회적 트렌드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교회에서는 시니어들만의 공동체를 조직하거나, 교회를 창립해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는 여전히 '노인대학'이라는 한정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광훈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원장)는 "세상 문화가 급변하다 보니까 교회가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3040세대들을 위한 공동체와 행사가 다양하게 만들어졌듯 시니어들을 위한 공동체와 교구를 조직해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그동안 수고했으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는' 개념을 탈피하고 액티브 시니어로서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구조를 교회가 만들어줘야 한다"덧붙였다.

한편 총회 국내선교부 전도정책 워크숍에서 '선교적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노인세대'를 주제로 강연한 박보경 교수(장신대 선교학)는 "이들은 더 이상 사회적 복지의 수혜자로 자신을 인식하지 않으며 은퇴 후에도 여전히 교회와 사회 안에서 기여자로 활동하기 원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새롬가정지원센터 은빛학교'를 사례로 들면서 "영화를 찍거나 책을 출판하고, 인형극 발표 등 문예활동을 통해 사회 속으로 들어가 공헌한다"면서 "교회가 노인 구성원의 자발적이며 주도적인 역할분담을 유도해 생산적 존재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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