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공동체 이형균 목사

[ 이색목회 ] 자연양계, 선교 도구 삼아 마을과 소통하는 특별한 목회자.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4월 05일(금) 17:51
자원봉사자들과 마을가꾸기 벽화를 진행 중인 이형균 목사(우)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수거하는 이형균 목사.
"약한 곳으로 가야겠다."

서울 도심교회에서 사역하던 중 목사 안수를 받고 곧장 농촌으로 향한 목회자가 있다. 안전하고, 편안한 곳보다는 약한 곳, 소외당한 농촌 지역을 위한 사역을 결심한 선한이웃공동체, 이형균 목사가 주인공이다. 이 목사는 전남 곡성에서 '건물 없는 교회'를 지향하는 공동체를 설립했다. 교회 건물 없이도 마을 회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농촌 주민과 함께 살며 협력하는 일 자체를 사역으로 여긴다. 특별히 '자연양계'를 선교적 수단으로 여기며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삶으로 실천하는 목회'라는 특별한 사역을 진행 중이다.

농촌, 농민, 농업을 연계한 복음화 사역을 위해 땀 흘리는 순천노회 전도목사, '선한이웃공동체'를 섬기는 이형균 목사의 사역 현장을 들여다봤다.



선한이웃공동체 양계장
#선한이웃공동체를 설립하신 계기는?

농촌교회 출신인 목회자로서 늘 농촌교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 교회사를 공부하다가 농촌교회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사역의 방향을 농촌, 특별히 '약한 곳으로 가야겠다'로 정했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전임사역을 하던 중 목사 안수 후 곧장 농촌으로 내려왔다. 농촌교회는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사역이 필요했지만 급변하는 목회환경은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농부들과 함께 노동하고 협력하며, 생명 먹거리를 생산하고, 그렇게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가 주님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후 마을 안에서 노동하며 삶을 나눴다. 마을 회관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자연스레 '선한이웃공동체'가 설립됐다.



#'자연양계'의 운영과 방식, 생산량과 판매 통로, 수익금의 활용은?

교회, 아니 그 누구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렵지만 직접 벌어 직접 선교하는 자비량 사역을 계속할 것이다. 사역의 핵심인 농업 분야에서 '좋은 퇴비'의 중요성을 알기에 유기축산 분야로서의 양계에 최선을 다한다. 좋은 거름은 좋은 땅을 만들고, 좋은 땅은 좋은 열매를 거두게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 원리이고 창조원리를 양계에 적용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수익이 많지 않지만 일단 사역자이자, 기독 농부이기에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창조질서를 따르는 농업, 화학적이거나 인위적 요소가 최소화된 농업, 주변 지역에서 나는 부산물을 이용하는 농업을 기준으로 정했다. 닭의 모이는 주변에서 나오는 농부산물을 이용한다. 현재 양계장에서 닭 800마리가 달걀 300알 정도를 생산한다. 계란에 대한 홍보는 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보내 입소문으로 판매 중이다. 수익금은 자립을 위한 생활비, 선교지 헌금, 마을 어르신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활동비로 사용한다.

선한이웃공동체 양계장
#양계업이 갖는 선교적 의미는?

일단 자비량 선교가 가능하다. 도시교회나 성도들로부터 헌금을 받아 생활할 필요가 없다. 눈치보지 않는 당당한 사역을 할 수 있다. 바울이 만든 텐트가 누군가에게는 추위를 막아주는 보금자리가 된 것처럼, 친환경 계란은 거부할 이유가 없는 좋은 먹거리이며 선교의 도구이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계란을 들고 마을 회관을 찾는다. 상품성이 조금 떨어진 것들을 따로 모아서 마을 주민과 나눈다. 농촌 사역은 인내가 필요하다. 자비량 농촌사역의 어려운 점은 자립이다. 그리고 마을 주민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5년 여 생활하다보니 어르신들의 마음이 열려 영접기도를 하게 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영향력이 생겨난다.

#교회 건물 없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기존 교회와 차별화를 두는 이유는?

이 땅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교회도 사람도 제도도 모두 변하고 심지어 심각한 타락으로 이어진다. 교회 건물이 이렇게 많은데 또 세워야 하는가 라는 본질 앞에 고민했다. 건물은 많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 고난을 당연히 여기며 묵묵히 신앙의 길을 걷기란 쉽지 않다. 특히 농촌에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분들이 많아지고 말씀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건물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대교회는 선을 넘어서 사랑을 했다. 재산을 나누고, 생명을 나눴다. 선한이웃공동체는 교회가 들어가지 못하는 더 깊은 사랑안으로 들어가는 교회라고 본다.



#최근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전문성, 다양성을 겸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갈 방향은?

지식과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물론 다양한 문제도 발생한다. 세상을 평안케 하는 하나님의 정의를 마음에 품는 목회적 사역은 더욱 중요하다. 도시목회는 도시를 품고, 농촌목회는 농촌을 품으면 할 일이 너무 많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하나님은 너무 크신 분인데, 자녀요 종된 우리는 너무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다. 오직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면, 사역은 무궁무진하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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